노동자의 어머니, 영면하시다... ★★★★
1970년 11월 13일, 노동법을 준수하라는 외침과 함께 분신자살한 전태일의 이름은 이후 한국 노동운동사의 상징이 되었다. 그리고 이소선. 마지막 눈을 감으면서까지 자신이 원하는 것을 대신해 이뤄줄 것을 부탁받은 전태일의 어머니. 그날 이후 이소선은 이 땅, 모든 노동자 어머니가 되었다.
이소선 여사(죄송하지만 이 표현을 사용합니다)에 관한 다큐멘터리가 촬영된다는 얘기는 예전에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다. 그리고 까마득히 잊어 먹었다가 2011년 8월말, 이소선 여사가 사경을 헤매고 있다는 뉴스를 보고는 새삼 떠올랐다. 왜 이런 다큐엔 불현 듯 죽음이 찾아오는 것일까.
2011년 9월 3일, 일 때문에 제주도 출장을 가던 날. 오전에 비행기를 타기 위해 김포공항을 가면서 들여다 본 트위터에는 온통 이소선 여사의 쾌유를 희망하는 글로 넘쳐나 있었다. 제발. 그리고 제주공항에 도착해 트위터를 켜자, 별세하셨다는 글이. 나도 모르게 다리가 풀리며, 눈물이 흘러 내렸다. 개인적으로 아는 사이도 아니다. 몇 번의 집회에서 그저 멀리 있는 모습을 뵀을 뿐.
영화 <어머니>는 바로 2011년 9월 3일, 이소선 여사가 영면에 들어가는 그 순간부터 시작해 시간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면서 이소선 여사의 일상 속으로 카메라를 들이민다. 카메라 속에서 어머니는 연단 위에서 ‘하나가 되라’고 호소하기도 하고, 쌍용자동차 노동자에게 ‘힘내라’고 북돋워 주기도 하는 노동자의 어머니임과 동시에 노구를 힘겹게 옮기며 수시로 낮잠을 주무셔야 하는, 고스톱을 하라며 누군가 가져다 준 동전을 자랑하기도 하고, 촬영자의 식사도 빼놓지 않고 챙겨주시는 동네 친근한 할머니이기도 하다. 특히 어머니가 지팡이를 짚고 누군가의 팔에 의지해 걷는 뒷모습은 울컥, 마음속으로 눈물을 쏟아내게 만든다.
다큐 <어머니>는 전체적으로 만듦새가 투박하고 어머니를 다룬 연극과의 교차 편집이 주는 효과도 미력하며, 교훈적 메시지를 강조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오히려 이런 투박함, 그리고 어머니의 일상을 그대로 담아 보여주는 영상이 주는 울림이 고동치듯 가슴에서 진동한다. 당연하게도 이런 진동은 이소선의 삶, 그 자체가 주는 감동의 여운이다.
“어머니, 이제 힘든 짐 내려놓으시고 영면하세요”
※ 영화 배경에 깔리는 이아립씨 노래, 너무 좋다.
※ <어머니> 엔딩 크레딧 텀블벅 후원 명단에 내 이름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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