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의 창조적 활용.. ★★★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하는 왕따 소년 앤드류(데인 드한)는 집에서조차 알콜중독자인 아버지의 가정폭력에 시달림을 당한다. 그의 유일한 취미는 모든 일상을 카메라에 담는 것. 그러던 어느 날 맷(알렉스 러셀), 스티브(마이클 B. 조던)와 함께 이상한 동굴에 들어갔다 염력이라는 초능력을 얻게 된다. 처음에 장난처럼 사용하던 염력이 점점 강해지고, 앤드류는 자신의 분노를 통제하지 못한 채, 자신을 괴롭히는 사람들을 해치려 한다.
나이가 아직 30살도 안 된 젊은 감독의 데뷔작, 미국 현실에선 저예산에 무명 배우들이 출연한 영화가 미국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는 등 호들갑의 대상이 되었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 놀랍고 기발한 아이디어 때문. 줄거리만 보면 일종의 안티 히어로 영화로 초능력을 얻게 된 하이틴 주인공이 그 능력을 정의로운 곳에 이용하지 않고 사사로운 복수 및 분노의 표출에 활용한다는 자체가 일단 인상적이다. 사실 <스파이더맨>이나 <킥 애스> 같은 영화 속 주인공들은 너무 착하지 않은가. 나만 해도 나를 정말 분노하게 만드는 건 국가나 사회의 공적이 아니라 작은 예의를 지키지 않거나 내 눈을 거슬리는 작은 행동들이다. 이 어찌 인간적인 분노라 아니할 수 있겠는가.
그런데 <크로니클>이 진정 빛을 발하는 지점은 이런 인간적(?)인 이야기 때문이 아니라 슈퍼 히어로 무비를 파운드 푸티지 장르와 결합했다는 점이다. <블레어 윗치> <REC> <파라노말 액티비티>처럼 영화 속 누군가가 찍은 필름을 우연히 발견해 관객에게 보여준다는 가상 설정의 영화 장르 파운드 푸티지. 이 장르의 영화들은 대체로 저예산 공포 호러 영화에 주로 활용되곤 한다. 아무래도 저예산에 적합하고 특히 좁은 화각이 공포 유발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 장르의 가장 큰 영화는 단연코 <클로버필드>) 물론, 파운드 푸티지 장르는 형식 자체가 중요한 포인트라 속편이 성공하기는 거의 힘들다.
아무튼, <크로니클>의 경우 처음엔 카메라를 손으로 들고 다니며 찍기 때문에 파운드 푸티지 장르 자체의 특성을 계속 느끼게 된다. 그런데, 나중엔 주인공이 카메라를 염력을 이용해 공중에 띄워 놓고 촬영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갖게 된다. 이건 딱히 단점이라고 꼬집기는 곤란하다. 오히려 안정적인 화면의 그럴듯한 이유로 제시되기 때문에 좀 더 편하게 영화를 관람하게 되는 것이다.(그런데 파운드 푸티지 장르는 그러면 안 되는 거 아닌가?)
문제는 파운드 푸티지 장르의 가장 핵심을 설명하지 못한다, 아니 아예 설명할 생각도 없으며,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크로니클>은 후반부로 갈수록 CCTV에 이어 아이패드 등 많은 촬영 가능한 장비들이 동원되어 주요 인물들을 촬영하게 되고, 그만큼 영상도 다양해진다. 그러므로 후반부에 와서 이 영화가 파운드 푸티지 장르인지 아닌지는 별 의미가 없어진다.
문제는 그렇게 다양하게 촬영된 영상을 누가, 왜 편집해서 보여주냐는 것이다. 다른 파운드 푸티지 장르 영화가 그런 부분을 직접적으로 설명하든가(육군이 습득해서 보관하고 있다는 등) 아니면 충분히 그럴듯한 설정을 내포하고 있는 데 반해, <크로니클>은 아예 그 부분에는 관심이 없다. 물론, 본 입장에서 억지로 설명할 수는 있다. 맷이 앤드류를 기리고 추억하기 위해 편집을 했다고. 그런데 그런 용도 치고는 친구에게 너무 가혹하다. 아니면 교훈을 주기 위해서?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풀리지 않는 건 첫 번째 카메라에 담긴 영상의 복원은 설명되지 않는다는 거다. 맷이 염력을 이용 동굴에 파묻힌 카메라를 꺼냈을 수는 있는데, 아무래도 설명이 빈약하다.
게다가 아무래도 저예산 영화이니만큼 초능력 영화, 액션 영화가 주는 볼거리도 빈약한 편이다. 하늘을 날기는 하지만, 줄에 의해 흔들리는 등 저예산으로 제작한 티가 팍팍 난다.
물론 기발한 아이디어, 장르의 재해석이라는 차원에서 접근해 본다면, 충분히 극복 가능한 단점이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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