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가 불륜을 저질렀다. 그 불륜 사실을 안 딸은 화가 나서 떠났다. 하지만 정작 남편은 몰랐다. 그래서 엇나가기만 하는 딸을 오해했고 아내를 사랑하기만 했다. 가정을 지키기 위해 죽을 힘을 다하고, 그래서 일중독에 걸려서 힘들어하는 가장이 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세상에 가장 어리석은 바보가 된 것이다. 문제는 아내의 불륜을 알 때는 아내가 모토보트 타면서 남편이 아닌 다른 사람과 즐겁게 놀다가 사고를 당하고 나서 죽음이 다가왔을 때 알고 말았다는 것이다. 이 가장이자 남편은 정말 배신을 위한 앙갚음도 할 수 없는 사태가 온 것이다. 억울하게 말이다. 영화는 그런 불쌍한 남편의 불행을 하나하나 짚어나가는 것만 같다. 불륜 하면 남편만이 하는 전유물인양 보여주는 한국 드라마와는 정반대로 가는 이 드라마는 오늘을 살고 있으면서 혹독한 가장의 역할을 군말 없이 하고 있는 한국 남자들의 자화상을 보여주는 것만 같다. 자신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면서 돈 벌어 달라는 가족의 요구를 노예처럼 따라가는 모습을 보면 말이다. 슈퍼맨 콤플렉스에 걸린 마냥 놀아달라는 요구에 몸을 혹사하면서까지 해야 하는 오늘의 남편들을 보면 정말 결혼이 고행이란 것을 확실하게 느낀다. 남자에게 결혼은 어쩌면 손해 보는 거래이자 계약인 셈이다. 노예계약이라면 좀 지나칠까? 영화는 아내의 불륜으로 열을 받았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이 그녀의 불륜을 눈감고 가족의 화목을 지켜내야 하는 남편의 불쌍한 상황을 제대로 보여준다. 아내의 불륜을 까발리기에는 주변의 가족들이 역시나 상처를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느 방송 프로그램에서 남편의 과거지사를 까발리며 남편을 궁지에 모는 모습을 보면서 영화 속 주인공은 왜 그렇게 하지 못할까 아쉬울 수도 있지만 그래도 영화는 그 남편이 왜 그럴 수밖에 없는지를 리얼하게 보여준다. 남편에게 가족의 안정을 파괴하는 것은 여간 곤혹스런 문제가 아닌 것이다. 상황판단을 전혀 못한 장인의 비난에도 아무 소리를 못하는 장면은 오늘을 살아가는 남자들의 비극을 보여주는 듯 하다. 언제나 중간자 입장에서 양쪽의 중개자를 할 수밖에 없어서 벙어리 냉가슴을 안고 사는 그런 한심하고 불쌍한 남편이 보이는 것이다. 영화는 그래도 지켜야 할 것은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듯하다. 엉망진창이 된 가족이지만, 그리고 조상이 남긴 땅을 소중하게 생각해야 하는 것처럼, 가족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불륜을 저질렀지만 그래도 사랑해야 한다고 끝을 낸다. 한국 막장 드라마처럼 처절하게 가족을 박살내면서 아무 것도 남기지 못하는 대리만족을 시키는 그런 것이 아닌, 복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나름 생명력 있게 형상화했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많은 것을 남기고, 또한 좋은 작품인 것은 분명하다. 화는 나지만 화만 낸다고 해결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니까 말이다. 이 영화로 조지 클루니는 골든 글러브 남우 주연상을 탔다고 했는데 그럴 만했다. 다른 후보작의 연기자들이 어느 수준을 보여줬는지 모르지만 그의 모습은 불쌍하게 버림받았으면서도 어쩔 수 없이 모든 것을 가슴에 안은 가장의 모습을 완벽하게 보여주고 있다. 사실 모든 남자들이 그렇게 살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렇게 건전한 남편들이 많을 것이다. 100% 좋을 리는 없지만 그래도 대다수의 많은 남편들이 시끄러운 가족들의 요구에 묵묵히 화답하며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모습을 클루니는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이 영화, 올해 좋은 결과를 만들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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