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주인공인 스파게티 웨스턴... ★★★☆
픽사의 아성에 거의 대등하게 도전장을 던졌던 작품을 꼽으라면 아마 <슈렉>일 것이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슈렉>을 1편에서 끝냈다면 클래식, 레전드로 대접받았을 텐데, 2편, 3편을 거쳐 시리즈가 4편에 이르자, <슈렉>은 완전히 망가져 버렸다. 2편까지만 나왔다고 해도 좋았을 것이다. 특히 장화신은 고양이의 등장으로 2편은 특별한 인상을 남기기에 충분했다.
망가진 <슈렉>을 대신해 일종의 스핀오프로 <장화신은 고양이>가 탄생했다. 예상과는 달리 <장화신은 고양이>에는 <슈렉>의 그림자가 전혀 비치지 않는다. <슈렉>에 등장했던 어떠한 캐릭터도 등장하지 않으며, <슈렉>과 연결 지을 수 있는 설정이나 이야기도 전혀 없다. 이건 그냥 산 리카르도 마을의 영웅 고양이에 대한 이야기다.
한 때, 마을의 영웅으로 대접받던 장화신은 고양이는 어릴 때 친구 험티 덤티의 과욕으로 인해 수배자의 신세로 전락해 도망자로 살아가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오래 전 꿈이었던 마법 콩을 잭과 질이 가지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훔치려 잠입하지만 가면 쓴 도둑인 말랑손 키티가 나타나 실패하게 되고, 그 뒤에 험티 덤티가 있음을 알게 된다. 셋이 같이 마법 콩을 훔치자는 험티 덤티의 제안에 고민하던 장화신은 고양이는 결국 제안을 수락하고 다시 힘을 합치기로 한다.
<장화신은 고양이> 역시 기존 동화(잭의 콩나무)를 끌어 들여 내러티브의 기조로 삼고 있는 건 <슈렉>과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분위기는 완전히 다르다. <슈렉>이 기존 동화를 풍자의 대상으로 삼아 이리저리 비틀고 뒤집는 파격의 재미를 선사했다면, <장화신은 고양이>에서의 기존 동화나 내지는 활용된 영화(<쾌걸 조로> 및 마카로니 웨스턴 무비)는 풍자, 패러디라기보다 일종의 오마주에 가까운 모습을 보인다. 따라서 전체적인 분위기는 <슈렉>보다 훨씬 진지(?)하며, 어떻게 보면 고양이가 주인공인 마카로니 또는 스파게티 웨스턴의 재현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액션 장면에 많은 공을 들이기는 했지만, <장화신은 고양이>의 가장 큰 매력은 캐릭터가 빚어내는 공기에 있다. 악당이라기보다 어릴 때 꿈을 잃고 엉뚱한 곳에서 상실감을 메우려하는 연민이 느껴지는 험티 덤티라든가 고양이의 가장 큰 자존심인 발톱을 잃어버린 말랑손 키티, <슈렉>에서부터 여전히 매력적인 주인공 장화신은 고양이까지 각각의 캐릭터들이 하나같이 인상적이다.
다른 걸 떠나, 일단 <장화신은 고양이>는 너무 너무 귀엽다. 특히, 고양이의 생태가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장면들 - 우유를 핥아대거나 빛을 잡기 위해 허둥대는 등 - 에서 객석엔 웃음과 환호가 자연스레 일어날 정도다. 정말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감탄해 마지않을 필히 관람해야 할 영화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그런 귀여운 캐릭터들이 만들어 내는 이야기들은 안쓰럽고 애처롭기까지 하다는 게 이 영화가 남기는 강렬한 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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