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민의 감정을 불어넣는 카메라.. ★★★★
핸드헬드 카메라로 시종일관 인물을 근거리에서 관찰하는 화면, 냉혹한 현실에서 힘겹게 버텨내는 인물들의 이야기, 무심한 듯 아무 음악도 깔리지 않는 배경, 바로 다르덴 형제의 영화가 상징하는 것들이다. 한 소년이 선생님의 설득 속에서도 고집스럽게 전화기를 부여잡고 있다. 아무리 전화번호를 눌러도 되돌아오는 건 결번이라는 안내 목소리. 소년은 밖으로 뛰어 나가고, 카메라도 덩달아 출렁대며 뛰어 나간다. 별다른 설명 없이 본다 해도 여지없이 느껴지는 다르덴의 영화.
아빠에게 버림받았지만 그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소년 시릴(토마 도레)은 보육원을 도망쳐, 아빠를 찾아 나서지만, 아빠가 자신을 버렸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소중히 여기던 자전거까지 팔게 되었음을 확인한다. 그곳에서 우연히 만난 작은 미용실 주인 사만다(세실 드 프랑스)는 시릴의 처지를 안타깝게 여겨 주말 위탁모가 되어 시릴을 보살펴준다. 그러나 여전히 아빠를 잊지 못하고 힘들어 하는 시릴을 보며 사만다는 시릴의 아빠가 있는 곳을 수소문한다.
다르덴은 <자전거 탄 소년>에서 분명 기존과는 다른 시도를 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몇 차례에 걸쳐 흘러나오는 배경음악. 다르덴 영화에 음악이? 이런 새로운 형식적 시도에도 불구하고 <자전거 탄 소년>은 여전히 다르덴의 영화다. 그건 앞에서도 말했다시피 핸드헬드 카메라의 익숙한 리듬과 현실과 분투하는 인물에 대한 연민의 감정이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이 영화는 다르덴의 기존 영화보다 더 희망적이고 더 따스하다.
언제나 그렇듯 다르덴 영화 속은 냉혹한 세계의 축소판이다. 무책임하게 아이를 버리는 어른, 곳곳에 유혹의 구렁텅이가 잠시도 소년을 내버려두지 않는 환경. 이곳에서 소년을 끌어안는 건 사실 소년과 아무런 관계도 없는 우연히 부딪친 한 여인에 불과하다. 영화는 이 여인에 대해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않는다. 왜 시릴을 그토록 보살피고 품에 안으려 하는지 설명하지 않는다. 이건 관객이 추론으로 또는 감정으로 느껴야 하는 부분이다. 어쩌면 과거에 아이를 잃은 아픈 추억이 있을지도 모르고, 또는 아이를 낳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육체적 장애를 앓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건 아무래도 상관없다. 왜냐면 이 여인은 꼭 혈연을 중심으로 이뤄진 가족만이 정답은 아니며, 우리 사회의 선량함이 여전히 희망을 가져도 좋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대표 인격체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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