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센던트(2012)_알렉산더 페인
개인적으론 알렉산더 페인의 영화를 일렉션 이후 4번째 작품 모두 보았는데, <디센던트>의 경우 <사이드웨이>에 버금가는 걸작이라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자기만의 색깔도 놓치지 않는 작가영화로써의 행보도 너무나 잘 보여준다. 연출도 그러하지만, 배우들의 연기도 주조연 할 것 없이 모두 다 좋고 조지클루니는 이번이 아카데미를 받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듯하다. <시리아나>로 조연상은 받았지만, 당시 내심 <굿나잇 앤 굿럭>으로 감독상을 기대했는지, 그다지 기뻐하지 않은 듯한 모습이 아직 기억에 남는다. <인디에어>때도 기회가 있었지만, 다른 배우에게 밀렸고(숀펜이었나?^^)캐릭터로 보나, 연기력으로 보나 이번에 또 못 받으면 징크스가 될듯. 하지만 이번에도 <아티스트>의 장 뒤자르댕이 너무나 강력해 확신할 순 없을 것 같다. 다시 영화로 돌아가서 조지 클루니의 나레이션으로 시작하는 이 첫 장면은 고전적인 스타일을 보여주면서 함축적으로 이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잘 보여준다. <사이드웨이>에서 주인공 폴 지아매티의 캐릭터를 설명하는 오프닝씬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모두 화려하게 시작하지는 않지만, 정말 효과적이고 경제적으로 연출되었다. 나레이션은 사람들이 선입견을 갖고 있는 하와이(이 영화의 공간적 배경)에 대해 이야기한다. 요는 하와이도 평범한 사람이 사는 곳이라는 것.
<7년만의 외출>의 오프닝과는 달리 맷(조지클루니)는 별거 후 사고로 코마 상태에 빠진 아내의 병실로 찾아간다. 이를 계기로 친적들(부동산 계약)이 아니라 직계 가족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계기가 된다. 학교에서 말썽만 일으키는 막내딸과 비싼 사립 고등학교에 다니지만, 막내딸 못지않게 문제를 일으키는 큰 딸이 모이게 된다. 의사에게 가망이 없다는 아내의 소식을 큰 딸에겐 어렵사리 말하지만, 막내에겐 충격이 클까봐 말하지 못한다. 페인의 영화를 보면 캐릭터에게 감독이 너무나 많은 애정을 보인다는 것을 느낄 수가 있다. 이 영화에서도 악역이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그 만큼 여러 캐릭터에게 애정을 쏟고 있기 때문에 캐릭터가 문제를 일으키거나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끝에 가면 그 캐릭터를 관객들은 미워할 수 없다.<디센던트>에선 두 딸과 큰 딸이 데리고 다니는 시드를 보더라도 그러하고, 심지어 아내와 바람을 피운 남자에게 조차 관객들은 용서를 하게 된다. <사이드웨이>에서도 토마스 헤이든 치치(잭 역)을 보더라도 그러하다. 항상 문제만 벌이는 캐릭터이지만, 우리는 그를 미워할 수가 없다. 주인공의 대항마가 없이 이렇게 영화를 지루하지 않고 재밌게 만들기란 정말 힘든데 알렉산더 페인은 이를 해낸다. 캐릭터와 구성의 승리이다. 이 영화의 절정은 뭐니 뭐니 해도 엔딩이다. 아내의 바람 상대인 브라이언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러 병원으로 찾아오라는 맷. 하지만, 그는 오지 않고, 남편(브라이언)의 바람을 눈치 챈 그의 아내가 맷의 아내가 있는 병원으로 온다. 그러면서 그녀를 용서한다고 대답 없는 그녀를 앞에 두고 통곡한다. 그리고 맷은 모든 친적들의 염원인 하와이의 넓디넓은 땅을 팔지 않고, 자신들이 지켜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그것은 어쩌면 속죄의 마음일 것이다. 맷은 이 영화에서 인디언의 후손으로 등장한다. 자신은 인디언의 말도 못하고 후대의 물려줄 것은 이 땅 밖에 없는데 그것마저 버린다면(판다면) 아내가 자신을 버린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라는 생각을 했을 것 같다. 게다가 그 땅의 주인은 고조모이기 때문에 아무런 노력 없이 물려받은 것에 대한 미안함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조금의 시간이 지나면 평화로운 맷의 집에서 두 딸과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tv를 보는 부녀의 모습으로 영화는 끝이 난다. 그 tv속에 내용은 남극에 관한 것이었고, 옛날에 남극도 밀림이었는데 지각변동에 의해 지금에 남극이 되었고, 황제펭귄에 대한 언급까지 한다. 조류지만 날지 못하고, 바다에 살지만 그 곳에 들어가지 않는 생물이라고... 맷의 입장이 황제펭귄과 맞다아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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