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찬란하고 무자비한 물량공세.. ★★☆
결론적으로 <트랜스포머> 1편에서조차 별다른 재미를 느끼지 못했던 사람이 3편을 재밌게 볼 확률은 얼마나 되는 것일까? 표본은 나라는 관객 오직 한 명. 확률은 0%다. 아무튼 <트랜스포머 3>은 인류의 달 착륙이 사실은 달에 불시착한 오토봇 우주선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라는 가정을 내세우며 시작하는데, 2편에 대한 혹평을 의식하듯 나름 짜임새 있고, 그럴듯한 이야기로 관심을 집중시킨다. 지구를 구한 영웅으로 대통령 훈장까지 받았지만 직장조차 구하지 못해 새 여자친구 칼리(로지 헌팅턴 휘틀리)에게 얹혀사는 샘(샤이아 라보프)은 마치 <스파이더맨>의 피터 파커를 보는 듯도 하고, 실제 미국 대통령의 연설장면을 이야기 속에 절묘하게 짜깁기한 것을 보면 대체 역사 장르물인가 싶기도 하다.
물론 마이클 베이는 샘 레이미가 아니다. 영화는 초반을 지나면서 마이클 베이 영화의 특징인 볼거리, 무자비할 정도의 물량공세를 퍼부어댄다. 그리고 어느 시점부터인가는 스토리가 딱히 중요하지 않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주요 인물들을 한 곳에 몰아넣기 위한 억지스런 설정들이 난무하고, 그저 멋진 장면을 연출하기 위한 장면들도 보인다. 게다가 대체 왜 필요한지 의문인 인물들의 이야기로 시간을 잡아먹는다.
누구는 그럴 것이다. 마이클 베이 영화에서 뭘 바라느냐고? 멋진 액션 장면만으로도 충분히 값어치가 있지 않냐고. 그럴지도 모른다. 그런 차원에서라면 <트랜스포머 3>은 2~3차례에 걸쳐 화끈한 눈요기를 보여주기는 한다. 첫 번째는 고속도로에서의 자동차 추격 장면. 아마 <나쁜 녀석들>이나 <아일랜드> 등 그의 전작을 떠올려보면 마이클 베이의 최고 장기 중 하나가 바로 카체이싱 장면일 것이다. 역시 대단하다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자동차들이 뒤집어지는 가운데, 디셉티콘 로봇들의 질주는 스트레스를 절로 날아가게 할 정도로 화끈하다. 그런데 이 장면, 어디서 많이 본 장면 같다. 영화를 보고 집에 돌아와 찾아보니 아니나 다를까 <아일랜드>의 장면과 거의 흡사하다. 심지어 <아일랜드>에서 사용한 장면을 그대로 사용한 의혹까지 받고 있다. 이건 좋게 보면 재활용, 나쁘게 보면 사기극.
영화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시카고에서의 액션장면도 끝내주게 화려하고 멋있긴 하다. 특히 윙 슈트를 입고 하늘에서 떨어지는 미 특수부대원들의 모습은 마치 내가 정말로 고공을 활공하듯 짜릿하기 그지없다. 다만 의문은 하나 있다. 굳이 시카고 시내로 들어가는 방법이 그 방법 밖에는 없었을까? 해군은 강으로 해서 쉽게 들어와 있든데. 아니면 토마호크 미사일을 무더기로 발사해서 일단 방어력을 약화시킨 후 들어와도 좋았을 것 같은데. 아무튼 멋지게 연출했다는 건 충분히 인정할 만하다. 그런데 영화의 피날레 장식을 위해 과도한 물량공세가 이어지다보니 오히려 늘어지고 지루해진다. 자극에 오래 노출될수록 그 자극은 무덤덤해진다. 과유불급.
극장을 나서며, 마이클 베이와 심형래의 차이는 무엇인지 생각해본다. 그건 결국, 마이클 베이 영화는 심형래의 영화에 비해 그나마 유명한 배우들이 출연하고 기술적 완성도가 더 높으며, 더 많은 물량을 쏟아 붓고, 어쨌거나 시나리오를 작가에게 맡긴다는 것 정도 아닐까?
※ 마이클 베이 영화를 보고 나면 크리스토퍼 놀란이나 샘 레이미가 그리워진다.
※ 또 하나, 마이클 베이 영화는 극장 문을 나서는 순간, 대부분 머리에서 날아간다.
※ 고향이 파괴됨에도 불구하고 발산되는 옵티머스의 무조건적인 인류에 대한 신의는 도대체 어떤 심리적 기제인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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