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슈퍼 히어로가 가지가지다. 이젠 북유럽의 오딘과 토르의 신화를 이용, 거대한 망치인 해머 ‘묠니르’를 던지고 휘두르면서 악당을 물리치는 ‘토르’까지 만화영화에 이어 블록버스터 슈퍼 히어로 영화의 주인공까지 나왔으니 말이다. 하긴 장애를 딛고 슈퍼 히어로로서 나온 영화도 있으니 만들고자 마음 먹는다면 못할 것도 없다. 그래도 뿔 달린 모자를 쓴 원시적인 바이킹의 후예가 슈퍼 히어로러서 슈퍼맨처럼 하늘을 날고, 신의 영역에서 거친 악당처럼 망치를 휘두르는 모습은 좀 이색적이었다. 영화 출연진들, 정말 장난 아니다. ‘블랙 스완’으로 올 아카데미 여우 주연상을 수상한 ‘나탈리 포트만’이나 그 유명한 ‘안소니 홉킨스’가 나올 정도면 이 영화의 캐스팅, 대단한 것이다. 이런 거물급들에 비해 주인공 ‘토르’로 나온 ‘크리스 헴스워스’는 솔직히 누군지도 모르겠다. 아마도 신인 같은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데 프로필을 봐도 2010년도 정도에 데뷔한 것을 보면 풋내기라고 해도 틀린 것은 아니리라. 그런데 이 친구, 다른 조연배우들을 압도한다. 연기력으로 압도하는 것이 아니라 초특급 근육질 몸매로 상대의 기를 죽이고 있었다. 여성분들이야 당연히 좋을 것이지만 남성들에겐 솔직히 질투의 대상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남성에게도 매력적으로 보인다. 아마도 몸매를 제대로 가꾸고 싶은 이들의 이상향이라도 돼서 그런 것 같다. 아무튼 거의 몸매, 정말 보기 좋았다. 슈퍼 히어로 영화가 다 그럴 것이다. ‘토르’란 영화는, 심오한 철학과 성찰을 다룬 ‘배트맨’이나 ‘뉴욕’의 어두운 진실 속에서 방황하는 ‘스파이더맨’을 다루려는 것도 아닌, 철저한 대중성을 목표로 하는 영화일 뿐이다. 그래서 연기력으로 유명한 나탈리 포트만이나 안소니 홉킨스가 출연해도 딱히 그들에게 대단한 연기력을 원한 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고, 3D 영상을 제대로 만들려는 의지 덕분에 SF 영상으로 꾸며진, 아무 생각 없이 보면서 그날 하루 스트레스 풀어주는 재미있는 영화일 뿐이다. 다행히 이런 목표에 적합한 작품으로 구성됐다. 주인공 토르는 한국에서 한참 유행하고 있는 까칠남 재벌 2세를 그대로 닮고 있다. 성격은 오만하고 자기 멋대로이며, 자기 원하는 바대로 안 되면 모든 것을 엎어버리는 전형적인 철없는 귀공자다. 그가 또 신의 세계의 왕인 ‘오딘’의 아들이어서 미래 역시 밝은 까칠남이다. 이런 구성은 보나마나 이런 인간은 실수를 저지르고 모함이든 뭐든 무슨 이유에서건 사회의 가장 밑바닥으로 떨어진다. 그곳에서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새로운 사람으로 거듭난다. 그런 그를 구원하는 것은 미천한(?) 신분의 평범한 여성이 구원하게 된다. 아니면 최소한 나쁜 성질을 바꿔주면서 좋은, 혹은 선량한 청년으로 만든다. 그런 다음 그 선량해진 청년은 위기에 빠진 지구, 혹은 자신의 세계를 구원하기 위해 힘을 다시 찾고 다시 엄청난 히어로로 다시 태어난다. 그리고 모든 것을 해결하면서도 평범한 여인을 계속 사랑한다. 정말 뻔한 스토리다. 이런 거 보면 동양이나 서양이나 신데렐라 스토리에 까칠남 길들이기 스토리의 결합은 어디에서나 다 흥행코드로 생각하나 보다. 그러니 한국 드라마의 전형성을 굳이 한국적 특색이라고 비판할 것도 아니다. 어차피 이런 내용은 환타지일 뿐이고, 그냥 대충 즐기다 영화 끝나면 나오면 그만이다. 그리고 이런 영화 보면서 세상에서 원하는 것은 거의 똑같을 뿐, 차이가 날 것도 별로 없다. 즉 인간은 평등한 것이다. 이런 영화를 보면서 인간의 보편적인 품성을 느끼는 것을 보면 확실히 이 영화 볼 만하다. 그리고 깊이 있는 영화만이 아니라 평범한 대중적인 영화라도 계속 봐야 할 필요도 느낀다. 영화는 재미있어야 하고, 그걸 즐기기만 해도 좋은 시간을 만들기 때문이다. 아무튼 영화, 재미있게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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