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동생의 결혼을 앞두고, 행선지를 알리지 않은 채 블루 존 캐넌으로 산악등반을 떠난 아론 랠스톤(제임스 프랑코 분)은 다소 위험해 보이는 모험을 시작한다.
주체할 수 없이 혈기왕성한 20대의 아론은 누구보다 모험을 즐기고, 자유로운 등반을 좋아하는 젊은이다. 하지만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그에게 6일간 그랜드캐년에서 일어난 일들은 결코 범인(凡人)의 그것은 아니었다.
까마귀조차 찾아오지 않는 그야말로 황량한 모래와 바위 뿐인 사막에서, 몸에 지닌 것은 날이 무딘 중국산 나이프와 로프, 500ml 물과 캠코더 뿐인 아론은, 사슴이 올무에 걸려 발버둥치듯, 협곡사이에 굴러 떨어진 암석에 오른쪽 팔이 끼인 채, 127시간을 마치‘베리드’의 라이언 레이놀즈처럼 버텨 낸다.
시간의 추이에 따라 체력은 고갈되고, 정신 또한 혼미해져 삶에 대한 치열했던 의지마저도 사막의 신기루처럼 사라져갈 때, 가족과, 친구 그리고 연인의 모습이 마치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가며, 꺼져가던 생존의지의 불씨가 되살아 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것은 아론으로 하여금 초인적 힘을 발휘하게 한다.
아론은 마침내 미미하지만 그나마 잔존한 힘을 모아 최후의 결단을 내리게 된다. 그러나 그것은 그의 생애에 단 한 번도 겪어본 적이 없는, 너무나 고통스럽고 잔인하며 상상 이상의 막중한 용기를 동반하는 것이었다.
실화라는 소재의 영화가 흔히 그렇듯 자칫 지리멸렬(支離滅裂)해 질 수 있는 단순한 스토리임에도 영화속 아론 랠스톤의 이야기가 참신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다양한 인간군상과 보석같이 값지고 숭고한 메시지를 독특하고 스마트(smart)하게 그만의 영상으로 담아낸 천재감독 대니 보일의 가멸진 연출력에 기인한다.
생존을 위해 인간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공기, 물과 더불어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만은 아니라는 것을 감독은 우리에게 감성적으로 깨우쳐 주고 있는 것이다.
누구를 막론하고 생명은 존귀한 것이며, 그것을 지켜내기 위한 가열(苛烈)한 의지는 숭고하고 차라리 아름답기까지 하다.
영화에 삽입된 사고 당시 아론이 직접 촬영한 영상과 다양한 삽화(揷話)들은, 관객의 단속적(斷續的) 호흡조차 사치스런 것으로 만들기도 하고, 위기상황에서도 결코 잃지 않는 그의 낙천적 유우머와 찡한 여운으로 산소호흡기를 대신하기도 하면서 127시간중 관객몫의 93분은 그렇게 흘러갔다.
사라 멕라크란의 노래와 함께 영화관의 실내등이 켜질 때 우리는 더욱 소중하게 서로의 생존을 확인하고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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