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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보이는 제목, 속을 알 수 없는 영화
천만 관객을 동원한 <해운대>, 아쉽게 탈락했지만 롯데 자이언츠의 가을 야구 진출, 롯데 자이언츠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나는 갈매기>의 작은 흥행등 최근 우리 주변에는 부산 지역을 다루는 영화나 스포츠가 좋은 결과를 보이고 있는 이때... 마치 이런 흐름을 타려는 듯한 제목을 사용한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영화의 완성도가 높고 관객들을 만족시키는 영화였다면 그런 느낌은 단지 기우일 뿐이었겠지요. 하지만 <부산>은 그 느낌이 기우가 아님을 증명하듯 많은 아쉬움을 남기고 있습니다. 홍콩 느와르 분위기를 느끼는 세 남자의 포스터와 진짜 남자들의 이야기를 다루려 한 영화의 광고 카피는 헛된 메아리처럼 공허하게 사라져버립니다. 그 자리를 예전 조폭 영화의 재탕을 보는 듯한 까고 부수고 칼로 찌르고 머리통을 깨부수는 잔인한 장면들과 그에 걸맞는 욕으로 온통 메워져 있습니다.
영화 <부산>이 보여 주려는 의도는 미래가 없는 암울한 인생이지만 자식을 사랑하는 애틋한 父精을 그려내려 한 듯 보입니다. 룸싸롱 보도방으로 잔뼈가 굵은 태석(김영호)은 자신의 일에 가족이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가족을 부정하며 지금껏 자신의 아들 종철(유승호)을 키워 준 태석 (고창석)을 애써 외면합니다. 하지만 결국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진리를 실행하는 이야기 전개 방식에는 몇가지 문제로 인해 영화로 전달하려는 메세지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합니다.
우선 영화에 감정 이입을 하기 어렵습니다. 폭력과 폭언이 난무하다 갑자기 아프고 그러다 다시 때려 부수고... 이런 기복이 심한 극단적인 전개는 감동과 눈물을 흘려야 할 곳에서 어이없는 웃음을 유발하는 상황까지 연출합니다. 그런 상황은 연기자들의 융화되지 못한 연기에도 이유가 있습니다. 독사처럼 살기 가득한 태석의 연기가 빛을 발하지만 <영화는 영화다>에서 강한 이미지를 심어 준 고창석의 강수 연기는 양아치를 연기하는 대목과 정말 중요한 태석과의 대결에서 진지함 대신 코믹함이 강하게 살아나 부적합한 대결구도가 연출됩니다. 거기에 중요한 비운의 인물인 종철을 연기하는 유승호는 부족한 연기 연륜을 실감하게 하는 아쉬운 연기력으로 아버지의 사랑을 제대로 알지 못한 자식의 비애를 온전히 살려내지 못합니다. 등장 인물에서도 1인 2역을 연기하는 정선경이나 순애역을 맡은 이세나는 초, 중반부 비중있는 역할에서 갑자기 사라져 버려 어리둥절하게 만듭니다.
부산이라는 도시가 거친 남자들의 도시라는 건지, 가족이나 자식을 사랑하지만 무뚝뚝함으로 이런 사랑도 있다는 건지, 부산이 기본 상도를 모르고 폭력이 난무하는 도시라는 건지... 도무지 제목이 왜 <부산>인지 이해를 못하고 있다가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려는 그 때 보이는 한자 (父山 : 부산)는 참 허무하기 이를데 없습니다. 경상도 사나이, 경상도 사투리, 부산 지역 상가들을 보여 주고 이제와서 '아버지의 도시'라... 이건 뭔가요? 결국 부산이 아버지의 도시라는 건지... 정말 모르겠습니다.
거친 액션이 난무해 촬영하면서 정말 고생하셨을 배우들이나 의중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감독님께는 죄송하지만 저에게 <부산>은 난무하는 폭력속에 융화되지 못한 연기로 채워진 부산의 상승세를 타려는 영화로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도 '나 같은 쓰레기도 최소한 자식을 버리지는 않았다' 라는 태석의 대사는 가슴에 깊이 남을 명대사로... 이거 하나 건졌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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