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코 말초적이지 않으면서
잔잔하게 심리적 갈등과 오해,
그리고 종교적 시각차를
농담처럼 소근대며 진행되는
인간의 생과 사, 그리고 사랑에 관한
짧은 소고(小考)였습니다.
노라와는 2여년 전에 이미 이혼한 홀아비이지만
마음 속 깊은 심연에 내재한, 노라를 향한
사랑이라는 놈은 아직도 가슴 어딘가에 은닉된 채로,
거부할 수 없는 세월 탓에
모든 것이 늙고 또 낡아버린 노인 호세는
전 부인 노라의 앞집에서 살고 있습니다.
어느날 노라는 스스로 목숨을 끊은
주검으로 발견되고,
노인은 등 떠밀리듯 마지못해
전처의 장례준비를 맡게 됩니다.
노라의 집에서 우연히 발견된
젊은 시절 다른 남성과 함께한 노라의 사진은
노인의 질투심을 촉발하였으며,
그 질투심은 역설적이게도
뜨겁게 사랑했던 시절의 아련한 추억이
강물처럼 밀려오게 만들기도 합니다.
사자(死者)에 대한 애증으로 슬픔과 함께
분노가 함께하는 것입니다.
유태교와 캐톨릭의 장례방식에 대한 이견이
다소 코믹하게 종교적 충돌로 묘사되었구요,
결국 종교적 율법과 배치(背馳)되는 자살이라는 이유로
장지를 찾지 못하다가 결국
노인은 자신의 죽엄을 위해 마련해 두었던 곳에
노라의 안식처를 마련해 줍니다.
질투와 애증과 분노를 미처 지우지 못한 채 말입니다.
장례식이 치루어 진 후,
노라가 사전에 준비해 둔 성찬자리에
온 가족들이 모여 식사를 하다가
와인을 찾던 노인 호세는 노라가 자신을 위해 써 둔
편지를 발견하게 됩니다.
아마도 노라 자신의 생에서
유일한 사랑은 누구였는지
또 얼마나 사랑했는지에 대한
글이었을 것 같습니다.
노인 호세는 발코니로 나와서
다소 흥분된,
그러나 행복하다고 밖에 표현 할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그 편지를 읽고 읽고, 또 읽어 내려갑니다.
화면은 점점 멀어지더니 이내
도시 전체를 보여줍니다.
가을을 느끼게 하려는 듯한 잔잔한 음악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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