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 경기 관람을 위해 길을 떠난 십대 청소년들. 하룻밤 야영을 한 다음날 아침 누군가에 의해 자동차가 망가져서 이들은 근처 마을을 찾아 도움을 요청한다. 마을은 사람의 그림자라곤 보이지 않는 이상한 곳이었고, 이들은 거리를 배회하다 한구석에 있는 밀랍인형의 집을 발견하고 안으로 들어선다. 그러나 그곳에는 사람을 재료로 밀랍인형을 만드는 살인마가 기다리고 있었다.
<하우스 오브 왁스>는 할리우드에서만 두 번째로 리메이크가 되는 작품으로, 찰스 벤더의 희극을 각색해서 만든 마이클 커티즈 감독의 <밀랍인형 박물관의 미스터리>(1933)가 오리지널이다. 그뒤 호러 명배우 빈센트 프라이스가 열연을 했던 <밀랍인형의 집>(1953)이 첫 번째 리메이크로 기억된다. 대개의 경우 오리지널 영화가 존재하면 서로를 비교해서 보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감상이겠지만, <하우스 오브 왁스>는 그럴 필요가 없다. 이 영화는 밀랍인형이라는 소재만 빌려왔을 뿐 대부분의 영화를 채우고 있는 것들은 원작영화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 영화에 영향을 끼친 것은 롭 슈미트의 <데드 캠프>(2003)이며 실제로 둘간의 유사점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여기서 더 거슬러올라가면 웨스 크레이븐의 <공포의 휴가길>(1977)의 기본 컨셉인 여행객과 잘못된 길, 그들을 노리는 살인마의 존재에서 그 기원을 만나게 된다.
밀랍인형이란 똑같은 소재를 가진 세편의 영화들은 자신이 태어난 시대에 딱 어울리는 모습이다. 첫 번째 영화는 추리영화로서의 성격이 강했고, 두 번째 영화는 추리와 호러 장르의 결합을 시도했다. 그리고 세기가 바뀐 현재는 완전한 피범벅의 호러영화로서 변모했다. 애당초 <하우스 오브 왁스>는 원작영화를 세련되게 리메이크하는 것에는 무관심하다. 그들은 뛰어난 특수효과와 분장기술을 활용, 최근 호러영화들의 시류를 따라 철저하게 시각적 볼거리에 집중한다. 두말할 것도 없이 그 볼거리란 난도질을 의미한다. 이러한 고어 효과는 첫 작품에서 두 번째로 옮겨오면서 폭력의 수위가 눈에 띄게 높아졌던 것을 기억한다면, 52년 뒤에 나온 이번 영화에서 극단적인 잔혹함을 추구한들 그리 놀랄 일도 아니다. 힐튼호텔 상속녀 패리스 힐튼의 머리에 큰 구멍이 나는 것을 당사자나 관객 모두가 즐겁게 받아들이는 상황이면, 이 영화가 누구를 대상으로 제작이 되었는지 뻔한 거 아닌가. 단지 그 순간만 헤모글로빈의 과다 분비를 만끽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영화는 그에 대한 보답은 확실히 한다. 단 그 이상의 기대는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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