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인 크리스 브랜더(라이언 레이놀즈)는 제이미 팰라미노(에이미 스마트)를 짝사랑한다. 이들은 서로 속옷까지 보일 정도로 거리낌없는 사이다. 아니, 정확히 말해, 그냥 친구다. 제이미는 순진하다 못해 무지하게 느껴질 정도로 그렇게 믿고 있다. 뚱뚱하고 못생긴 크리스는 망설이고 망설인 끝에 용기를 내어 고백하지만, 그 고백은 친구들의 잔인한 장난에 의해 웃음거리가 된다. 순한 크리스의 눈에 불꽃이 일고, 그는 성공한 모습으로 돌아오고 말겠다고 결심한다. 그리하여 10년 뒤, 크리스 브랜더는 성공했을 뿐만 아니라 섹시해진 모습으로 돌아온다. 이제 그에게 아름다운 여자들은 그저 사냥감에 불과하다.
<저스트 프렌드>는 <너티 프로페서>와 <내겐 너무 가벼운 그녀>처럼, 날씬한 배우에게 인공적으로 살을 붙여 ‘뚱뚱함’의 고뇌를 다룬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고백조차 할 수 없게 만드는 몸매의 비애. 이런 영화들이 결국 도달하는 종착점은 ‘외모보다는 내면의 아름다움에 귀기울여라’이다. 그러나 <저스트 프렌드>는 그 뻔한 경로를 아주 조금 이탈한다. 크리스가 제이미의 (친구로서의 사랑이 아닌) 사랑을 얻는 시점은 그가 살을 빼고 성공한 뒤다. 즉, 일련의 영화들처럼, 주인공을 뚱뚱한 상태로 되돌리거나 머물게 하면서 사랑의 결실을 선사하는 방식을 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10년 전, 크리스는 인기 많은 제이미를 추종하는 못생기고 수동적인 남자에 불과했다.
그러나 그 화려했던 제이미는 이제 동네를 벗어나지 못하는 초라한 신세이고, 크리스는 할리우드를 누비는 매력남이 되었다. 영화는 마치 처음부터 끝까지 크리스의 구애를 강조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 영화는 관계의 권력이 이동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영화다. 그 중심에는 외모와 부가 있다. 권력이 이동되자 비로소 사랑이 이루어진다. 물론 영화는 제이미가 10년 전 크리스의 진솔한 성격을 잊지 않고 있음을 끊임없이 언급함으로써 이 둘의 사랑에 진정성을 불어넣으려고 하지만 말이다.
<저스트 프렌드>는 한눈에 보기에도 크리스마스를 겨냥해 만들어진 영화지만, <러브 액츄얼리>처럼 크리스마스의 정서와 메시지가 영화 곳곳에 스며들어 내용과 유기적인 관계를 맺지는 못한다. 소박한 반전들과 몇 군데 코믹한 상황들이 있음에도 영화는 그 순간들을 맛있게 살려내지 못한다. 친구도 아니고 연인도 아닌 이들의 밋밋했던 관계처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