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전 <마스크 오브 조로>는 놀라운 사건이었다. 더글러스 페어뱅크스에서 알랭 들롱에 이르는 희대의 매력남을 담아낸 캐릭터로, 배트맨을 비롯한 ‘가면 쓴 영웅’의 원형이 되었던 조로를, 굳이 다시 영화화할 필요가 있었을까, 회의하던 이들도 이 영화의 미덕에 반색할 수밖에 없었다. 나이 든 조로가 후계자를 키운다는 홍콩 무술영화식 모티브를 끌어들인 <마스크 오브 조로>는 고전 활극의 낭만과 매력을 상기시켰다. 영화는 2억5천만달러의 수익을 올렸고, 캐서린 제타 존스는 섹스 심벌이 되었으며, 안토니오 반데라스도 라틴 스타로 재도약했다. 스스로 ‘전설’이라 명명한 속편의 나르시시즘엔 이런 연유가 있었다.
<레전드 오브 조로>는 세월이 흘러 부모가 된 조로 부부, 알레한드로(안토니오 반데라스)와 엘레나(캐서린 제타 존스)가 가정의 평화를 지키는 일이 만만치 않음을 깨닫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검을 들지 않겠다는 약속을 깨고 위기 상황마다 출동하는 남편을 염려하고 원망하던 엘레나는 이혼을 요구하고 나선다. 설상가상으로 미연방 결성이 마무리될 무렵, 토지 소유권을 독점하려는 대부호 연합과 대치하던 알레한드로는 그들의 야심이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거대하고 위험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영웅 놀이에 빠진 남편, 무력한 아버지로 몰린 그는 가장으로서의 신용도 회복해야 하고, 민중의 영웅답게 사악한 음모에서 미국을 구해야 한다.
제아무리 낭만적인 모험담의 청춘남녀도 부모가 되면 가족 드라마의 구성원으로 내려앉아야 하는 것일까. <레전드 오브 조로>는 위대한 영웅으로 사는 편을 선호했던 조로가 평범한 가장으로 살아가는 것의 가치를 깨닫는 과정을 보여준다. 가족의 기여도도 높아져서, 남모르게 남편을 돕던 엘레나는 남편의 Z를 따라 자신의 이니셜인 E를 흔적으로 남길 만큼 활약이 많아졌고, 장난꾸러기 아들도 불의 앞에서 내지르는 부전자전적 자질을 발휘한다. 높다란 다리 위든 달리는 기차 지붕이든 위험천만한 장소라면 어디든 대결 모드에 돌입하는 조로를 비롯, 온 가족이 뛰고 달리고 검을 휘두르지만, 두 단계 낮아진 관람 등급이 방증하듯, 김 빠진 콜라처럼 액션도 로맨스도 심심하다. 무성의하고 위험해 보이는 설정도 눈에 띈다. 신무기를 개발하며 미국의 안전과 평화를 위협하는 악당이 프랑스 귀족이고, 그의 하수인이 아시아 노동자들인 것은 아무래도 거슬리는 대목. 즐거워지려고 보는 오락영화에서 이런 편견과 마주하는 건 별로 즐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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