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렷한 캐릭터들은 이 작품의 가장 큰 특징으로 꼽힌다. 극 중 자칫 묻힐 수 있는 코러스 역할은 지난 무대보다 더욱 뚜렷해진 모습으로 관객을 찾았다. 두 코러스는 마치 놀이판을 벌이듯이, 말을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낸다. 아쉬운 게 있다면, 지난 무대보다 ‘브리튼’의 캐릭터가 다소 약해졌다는 점이다. 김 연출은 “바깥세상에 나갔다 온 후, 때 묻고 성숙해진 ‘브리튼’을 표현하기 위해 목소리나 연기 부분에 변화를 줬다”고 말했지만, 가장 강했던 캐릭터가 희미해졌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남자’가 ‘브리튼’을 구출하려 할수록 관객의 눈에는 오히려 ‘남자’가 구출의 대상으로 느껴진다. 현대 인간을 정확하게 대변하는 ‘남자’는 관객으로 하여금 안타까움과 동시에 ‘혹시 나도 뭔가를 버리고 잊어버린 건 아닐까’라는 죄책감을 안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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