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의사가 나오는 영화들은 따뜻할 수 밖에 없다.
도시와 동 떨어져 의료혜택을 많이 받지 못하고 소외된 순박하고 인정많은 동네사람들에게 헌신하는 의사...
얼마나 따뜻한 이야기 인가...
왠지 뻔할 것 같은 이야기에 몇번을 망설이다가 남자주인공 에이타에 혹해서 보게 된 영화
포스터에서 보다 시피 위에 마냥 사람좋을 것 같이 인자하게 웃고 있는 인상좋은 의사 이노는 어여쁜 거짓 동화 속에서 때론 어설픈 실수들이 전화위복이 되어주며 동네사람들의 무한한 사랑과 신뢰를 탄탄히 쌓아가며 몇년째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경찰들이 들이닥치면서 사람들을 동화속에서 꺼내 잔혹하고 어이 없는 현실의 세계로 데리고 돌아온다.
꿈에서 깨어난 것 처럼 진실들이 하나둘씩 벗겨저 나오면서 결국 자상하고 상냥하고 환자를 위해 어디든지 달려가던 헌신적인 시골의사는 약하나 더 팔아 잇속을 챙기기 위해순박한 시골사람들의 목숨을 담보로 어처구니 없는 사기를 치는 파렴치범으로 바뀐다.
그를 신처럼 떠받들며 무한한 사랑을 외치던 사람들은 어느새 죽일놈 죽일놈 하며 얼굴을 바꾸며 냉정한 현대인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닥쳐오는 두려운 진실은 그 소외된 지역의 사람들에게 더 이상 의사가 의지할 의사가 없다는 것.
과연 그 동네 사람들에게는 달콤한 거짓과 잔혹한 현실 중에서 어느것이 필요했을까?
이미 모든 상황을 다 알고도 그를 보필하여 병원을 꾸려간 간호사에겐 가짜라도 의사가 필요했다.
외딴 시골에는 와주는 의사가 없었기에 , 그녀의 직업을 지탱시켜줄 수 있는 의사가 필요했기에...
알면서도 모르는 척... 그렇게 보내왔다.
시골동네에 짱박혔다고 짜증내던 도시청년인턴 케이스케도 동화속의 이노에게 감화되어 간다. 본인도 정식의사가 되면 다시 돌아오겠다고 본인도 동화속의 주인공이 되고 싶어했다. 현실의 이노의 어렵게 꺼낸 고백도 그에게 겸손한 태도로 콩깎지 씌여 보일 뿐이다.
나중에 경찰에게 진실을 제대로 이야기 하지 못하는 것은 가짜에게 감화되었다는 사실에 부끄러운 자신의 자존심때문이었다.
말기 위암환자는 매일 극심한 고통과 피를 토해내고 혼절을 하면서도 이노의 위궤양이라는 말을 믿는다.
아마 본인이 암임을 알면서도 그의 위로를 믿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혼자사는 자신에게 찾아와 관심을 가져주고 말을 걸어주고 걱정을 해주는 이노의 진심을 느끼지 않았을까?
하지만 그 달콤한 거짓과 잔혹한 현실사이에 존재하는 이노의 진심은 무엇이었을까?
그의 시작은 신이 되고 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약품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아버지의 펜라이트가 의사라는 오해를 가져왔으며
그 오해가 풀리기 전에 사람들의 기대가 더해지면서 진실은 예쁜 동화속 판도라상자에 갇혀 버렸고
신뢰와 사랑이 커지면서 그에 떠밀려 자신의 거짓을 메꾸기 위해 매일 밤 노력하는 모습이 애처롭기 까지 하다..
이노는 케이스케가 오면 자신이 여전히 좋은 의사인체 떠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지만
말기 위암환자의 의사 딸이 등장하면서 사기꾼 도망자가 되는 길을 선택하고 만다.
궁금하다...
그는 위암환자를 살리고 싶어서 떠난 것일까?
진실이 밝혀지는 것이 두려워 떠나는 것이었을까?
그 환자에 대한 동정과 관심과 애정이 환자의 자식들에게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는 마음과 병원에서 치료받가 죽고 싶지 않다는 마음을 존중해 위암도 위궤양이라고 했다. 가짜 위궤양 사진도 만들어 공부까지 했다.
그녀가 오래 살지 못할 것이라는 걸 알고 있다.
그 마을에서 그녀가 원하는 대로 살다가 죽기를 바랬다.
"병원에는 오세요. 당신이 걱정되서 내 위가 아파요"(대충 이런 뜻..대사가 기억이 안난다.)
이노가 계속 의사였다면 그들은 아마 계속 행복했을 지도 모른다.
아무 효과가 없는 맹물 주사도 믿음으로 감기를 낫게 하는 플라시보 효과도 있지 않는가...
달콤한 거짓과 잔혹한 진실 사이의 씁쓸한 틈에서 발견할 수 있는 이노의 따뜻한 진심에서 나는 그를 의사라고 부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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