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현재 애니메이션의 최강자는 뭐니뭐니해도 디즈니/픽사일 겁니다. 거의 매년마다(특히 지난 2년간은 연달아 만루홈런급의 걸작 애니메이션들을 만들어냈죠.) 눈물 나게 하고, 미친 듯이 웃게하고, 많이 생각하게 하고... 이 이상의 애니메이션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의 작품을 만들어내니까요. 디즈니/픽사 뒤로는 드림웍스가 있습니다. 드림웍스 애니메이션도 엄청 많긴 한데, 마땅히 기억에 남는 건 슈렉 1~2와 쿵푸 팬더 밖에 없습니다.(그래도 여기도 매년 1~2편 씩은 만드는데...) 그나마 그 작품들도 디즈니/픽사의 작품보다는 좀 부족한 게 사실이죠.(그래도 극장 수익은 전체적으로 드림웍스가 더 많습니다.) 이 두 회사 말고, 미국 내에서 좋은(좋지 못해도 최소한 망하지는 않는) 애니메이션을 줄기차게 만드는 곳이 거의 없는 줄 알았는데, 이 애니메이션을 통해 소니의 애니메이션이 그 두 회사를 따라잡을 날이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스토리 자체는 매우 간단합니다. 어릴 때부터 발명에 완전 빠져버린 플린트는 결과가 거의 실패에 가까운 발명품을 계속 만들어내다가, 드디어 물을 음식으로 변환시키는 기계를 만드는데 성공합니다. 실수로 성층권으로 날아가버리지만, 기계는 거의 완벽하게 작동하고, 그가 있던 음울한 느낌의 마을은 금새 생기를 되찾습니다. 한편, 플린트가 평생 살아온 섬에 도착한 인턴이자 초보 기상캐스터인 샘은 때마침 기계가 처음 작동해 수많은 햄버거가 하늘에서 쏟아지는 걸 보고 그걸 전국으로 방송합니다. 이를 통해 이 섬이 널리 알려지기 시작하자 시장은 기계를 이용해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플린트에게 많은 요구를 하게 되고, 결국 기계가 과부하되어 전 세계가 음식 때문에 종말(??)의 위기에 처하게 되고 주인공 일행은 이를 막으려고 합니다.
이 영화에서 무엇보다도 좋은 건 역시 화면입니다. 특히 컴퓨터 애니메이션 답게 풍성한 색채감으로 압도하는 장면들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처음에 치즈버거가 쏟아지는 장면도 좋고, 젤리 성에서 플린트하고 샘이 데이트 하는 장면도 감질 맛 나고, 가장 좋은 장면은 아이스크림으로 가득한 마을의 모습이 나오는 장면입니다. 정말 “나도 거기에서 살고 싶으니 제발 데려가줘요”라고 외치고 싶은 수준입니다. 이렇게 인상적인 장면들이 후반부까지 이어집니다.(재난 영화(?) 답게 스케일이 제법 있는 장면들이 나오죠. 만리장성 위로 옥수수가 굴러다니는 거 등등...)
기발한 발상과 상상력을 지닌 짧은 동화를 옮긴 이 영화는 너무나도 좋습니다. 결국 뻔한 결말에 도달하고 아주 쬐끔 억지스러운 설정도 있는 거 같고 약간은 지나칠 정도로 과한 듯한 장면들도 있다는 느낌은 들지만(아직 디즈니/픽사 애니메이션의 경지에 도달하지는 못했으니까요.) 그래도 여전히 의미 있는 이야기이고, 권선징악과 아버지의 사랑이라는 메시지가 보여지는 결말도 억지스럽거나 진부하다는 느낌이 많이 들지 않아요. 무엇보다도 감질 맛 나고 너무나도 좋은 화면들로 가득한 이 영화는 디즈니/픽사 만큼은 아니어도 드림웍스의 왠만한 애니메이션보다는 정말이지 더 좋은, 모처럼 본 유쾌한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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