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독특하고 풍부한 상상력은 인정...★★★
정어리만이 유일한 산업이자 먹을거리인 조그만 섬마을. 이런 마을을 위해 어릴 때부터 과학자의 꿈을 키우며 연구를 해 온 브렌트는 물만 있으면 온갖 다양한 음식을 만들어 내는 기계를 발명하는 데 성공한다. 실험 도중 하늘로 날아가 버린 기계는 성층권에서 구름의 수분을 흡수해 치즈버거를 만들어 마을에 뿌림으로서 플린트는 말썽꾸러기에서 일약 최고의 영웅으로 대접받게 된다. 플린트는 시장과 마을주민들의 요구에 매일같이 새로운 음식을 만들어 내고 TV 기상 리포터인 샘과 연애를 하는 등 나름 행복해지지만, 기계가 고장 나면서 엄청나게 커진 음식들로 인해 세계는 위기에 처하게 된다.
<하늘에서 음식이 내린다면>은 소니픽처스가 세 번째로 내놓은 CG애니메이션 영화라고 한다. 앞의 두 편(<부그와 엘리엇> <서핑업>)은 안 봤거니와 이번 영화도 굳이 볼 생각이 없었다. 보게 된 건 무엇보다 평론가들의 평가나 관객들의 관람 후 반응이 좋았기 때문이며, 거기에 <위대한 침묵>을 본 후, 기분 전환이 필요했기 때문에 가급적 가볍고 쉽게 볼 수 있는 영화를 보자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딱히 볼 영화도 없었다)
일단 <하늘에서 음식이 내린다면>의 때깔은 좋다. 3D로 본 건 아니지만, 스크린 가득 음식들이 채워질 때의 질감은 당장이라도 똑같은 음식을 먹고 싶다는 식탐을 부채질했으며, 특히 아이스크림 눈이 내릴 때의 풍경은 한 편의 아름다운 서정시를 떠올리게 하기도 했다. 기존 원작이 있다고는 하지만, 하늘에서 음식이 쏟아져 내리는 상황과 이를 중계하는 기상 캐스터, 그리고 인간의 탐욕으로 인해 위기에 빠지게 되는 과정을 그린 영화의 기본적인 상상력도 풍부하고 인정할만하다.
거기에 여기저기 소소한 유머들이 배치되어 있기는 하지만, 솔직히 영화를 보면서 그다지 큰 재미를 느끼지는 못했다. 후반부, 마치 <2012>의 음식 버전인냥 거대한 음식 재난이 닥치는 상황도 좀 심드렁했다. 2D로 봐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재난의 원인이 음식이어서인지는 잘 모르겠다. 독특하고 풍부한 상상력만으로 ‘이 영화는 재밌다’고 하기엔 뭔가 좀 부족했다고 느껴졌다.
그럼에도 특히 주인공인 브렌트가 만들었던 실패한 연구 성과들이 위기를 극복하는 재료로써 후반부에 사용되는 장면들은 이 영화가 얼마나 치밀하게 조각된 것인지를 말해주는 증표다. 그리고 재미를 크게 느끼지는 못했지만, 이 영화가 주는 메시지라든가 교훈은 충분히 공감할만하다. 가족에 대한 사랑, 믿음이라는 부분이 조금은 뻔한 설정이라고 해도, 과다한 소비가 가져오는 폐해를 다룬 지점은 분명히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는 무엇보다 영화의 제작 국가인 미국 국민에 대한 경고다. 미국 국민은 일인당 가장 많은 칼로리를 섭취하고 있으며, 가장 많은 일회용품을 사용하고 있고, 가장 많은 CO2를 배출하고 있다. 미국이 주도하는 환경 규제에 중국 등이 내세우는 반론이 바로 ‘미국이야말로 지구 환경을 가장 크게 해치는 국가’라는 점이다. 물론 미국 핑계를 대며 환경 규제에 동참하지 않는 것도 문제지만 말이다. 그리고 영화 속 음식을 그대로 음식으로 동일시해도 좋지만, 화석 연료 등으로 치환해도 (어쩌면 지구의 모든 자원들) 문제의식은 동일하다. 우리가 흥청망청 써버린 탓에 화석연료의 고갈은 이미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고 한다. 환경의 역습은 이미 시작되었으며, 지금까지는 전초전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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