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로맨틱 코미디,여주인공:니아 발다로스
나는 원래 영화 보는 걸 좋아한다.거기에 장르를 가리지도 않는 편이라,에로 영화나 동구권 영화 만 아니라면 거의 가리지 않고 다 보는 잡식이다.뭐,그렇다고 남들보다 보는 시각이 뛰어나거나,아는 지식이 많은 편은 아니다.그저 보기만 무진장 보는 거다.이런 잡식성 취향의 나에게 로맨틱 코미디 장르는 수 많은 장르들 중 선호하는 측면이 강한 장르다.비록 내가 멋진 연애를 못 하는 사람이지만,간접적인 멋진 로맨스의 체험 자체는 멋진 일 아닌가?
<헤이트 발렌타인데이>은 포스터만 보아도 짐작이 가는 로맨틱 코미디다.그리고 <헤이트 발렌타인데이>의 여주인공 니아 발다로스는 일반적인 로맨틱 코미디의 인기 여배우들과는 조금 다른 매력을 가진 배우다.줄리아 로버츠,맥라이언과는 차별화된 그녀의 매력은 전작 <나의 그리스식 웨딩>이나 <나의 로맨틱 가이드>를 보면 알 수 있듯,귀여운 스타일이 아닌 자연스러운 스타일이었다.
그런 그녀의 신작 <헤이트 발렌타인데이>.그러나 영화는 놀라우리만치 재미도 없었고,자연스럽지도 못 했다.
5번의 계약 데이트
요란스럽지만 흥겨운 음악으로 시작하던 영화의 초반부 느낌은 괜찮았다.뭔가 클래식한 분위기에서 전해지던 기대감."꽤 멋진 로맨틱 코미디 한 편이 나오겠군" 했던 예상은 불과 10분도 안되어 깨져버렸다.기대하고는 전혀 다르던 산만함과 지루함.영화에 집중은 커녕 보는 내내 하품이 나오던 로맨틱 코미디를 만나게 될 줄은 예상도 못했다.
<헤이트 발렌타인데이>는 언제나 '해피'발렌타인데이를 외치던 여자가 '헤이트'발렌타인데이를 외치게 된 이유가 중심인 영화다.물론 해피엔딩으로 끝나야 하니 마지막에 다시 '해피'로 당연히 돌아오긴 한다.상대가 누구든지 간에 딱 5번의 데이트만 하고 깔끔하게 헤어지던 꽃집 주인 제네비브.그녀는 언제나 남에게 자신만의 철학과 룰이 담긴 연애학을 주장하는 여자였다.하지만 그런 그녀 앞에 나타난 숙맥 남자 그레그.남자는 연애에 대해서는 초보이다.연애박사를 자처하는 제네비브와 연애초보인 그레그의 계약데이트 5번의 해프닝.하지만 제네비브와 그레그 사이에 말 못할 감정이 생기면서 그들의 계약은 위태롭게 된다는 이야기다.
도저히 이해가 안 가는 내용과 전개
분명 시놉시스는 공감이 아주 되는 내용은 아니어도,그럴 듯 하구나 하는 느낌은 들었다.포장만 잘 하면 영화는 잘 나올거라고 생각하면서.하지만 영화는 정말 지루하기 짝이 없었다.기본적으로 느낀 문제점을 말해보자면 영화의 흐름과 편집이 정말 애매한 타이밍에 끊어진다는 점이다.가뜩에나 5번의 계약 데이트라는 조금 받아들이기 힘든 연애학을 줄곧 강의하는 영화는 이상한 타이밍의 편집 흐름으로 일관하다 보니 몰입과 공감을 유도하기는 커녕,헛웃음 나올 타이밍만 적절히 준다.
거기에 영화의 스토리 전개도 이상하다.영화 초 중반까지 자신의 연애학을 열강 하던 제네비브가 어느 순간 자신의 연애학을 쓰레기통에 버리고 사랑에 목 매는 행동을 한다.그 행동들은 심지어 구차스럽다는 느낌이 들 정도.진정한 사랑에 빠지면 누구나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헤이트 발렌타인데이>는 그 앞뒤 단계의 전개가 너무 급작스럽다.5번의 데이트 단계별로 행동수칙을 알려주고,평소의 행동지침도 정확하던 여자 제네비브.제네비브 연애학의 저변에는 어릴 적 상처가 깔린 상태다.그런데 식사 한 번,산책 한 번,잠자리 한 번 등 5번 정도 만나다 보니 생각이 다 바뀌어 버린다.문제는 이 과정에서 특별히 제네비브가 심경의 변화를 일으킬만한 매력적인 장면이나 감동적인 장면들은 안 나온다.그냥 마음이 변했다는 설정이다.관객은 그냥 조용히 지켜보면서 이해애햐 하는 것인데,이걸 못 받아 들이고 투덜대며 본 내가 이상한 사람인 건가?
사랑은 언젠가는 식을 것이고 즐기다가 헤어지면 된다고 말하며 5번이란 횟수를 엄청나게 강조하던 영화 <헤이트 발렌타인데이>.5번 횟수를 서로 셈하는데 차이가 나서 티격태격하고,중간부터는 5번은 의미도 없어지고,심지어는 제목에 발렌타인데이는 왜 붙었나 의문이 들 정도였다.재미도 없고,흥미도 안 주던 사랑의 줄다리기를 보는 괴로움과 지금 화면에 보이는 여자가 내가 알던 니아 발다로스 맞나 하는 의구심만 들던 시간이었다.
로맨틱 코미디의 대형 참사극
이토록 지루하고 재미없던 영화는 니아 발다로스가 각본가의 재능을 살려서 각본과 주연,거기에 연출까지 겸한 영화다.니아 발다로스는 이미 <나의 그리스식 웨딩>과 <나의 로맨틱 가이드>에서 각본가의 능력을 보여준 분이고,거기에 현재 대학교 시나리오 강사로도 활동 중이라 한다.그러나 <헤이트 발렌타인데이>의 시나리오는 정말 재미없었으며,연출도 이상했다.하나 더 영화의 매력이 없는 점은 주연을 한 니아 발다로스가 영화 캐릭터와 너무나도 안 어울린다는 점이다.영화 속 캐릭터는 귀여움과 발랄함을 무기로 한 여자인데,니아 발다로스는 그런 캐릭터와는 거리가 좀 있는 신체 건장한 스타일의 여자다.물론 조금 건장한 스타일이 귀여운 연기를 한다는 게 비난할 일은 아닐테지만,내 생각엔 영화 캐릭터 제네비브는 니아 발다로스가 연기하기에는 민망한 캐릭터였다고 본다.안 어울리는 옷을 억지로 입은 격이었다.
지나친 자신감과 과욕이 부른 로맨틱 코미디물의 참사 <헤이트 발렌타인데이>.이 영화는 <나의 그리스식 웨딩>의 커플이 다시 만나서 만든 영화라는 정도의 의미 말고 다른 의미를 찾을 길이 없다.왠만하면 영화를 긍정적으로 보고,좋게 평가해 주고 싶은데 이 영화는 정말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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