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마케팅 좀 씹고 가자. 찌질이들의 동창회 정도로 컨셉을 잡고 향수를 일으키는 방향으로 잡았으면 모를 것은, 대체 왜 조폭들의 쌈박질로 컨셉을 잡았는지. 난 포스터 보고는 꽤나 비장한, 한국식 느와르가 나오는 줄 알았다.그래, 유오성의 친구 2로 컨셉을 안잡은 것만도 용하다고 해야겠다. 낚지 좀 말자 우리.
일단 영화를 간단히 소개하면, 동네에서 빌빌거리며 사는 화상들의 철없는 자존심 지키는 이야기라고 할까.
절벽은 영월에서 여전히 빌빌거리며 사는 별볼일 없는 40줄 다 들어선 아저씨. 그리고 그 곁에는 항상 술잔을 나누는 고등학교 동창들이 있다. 그리고 어느날 진한이 나름 성공한 조폭의 모습으로 다시 고향에 돌아온다. 그들은 고등학교 시절 패싸움에서 패배의 아픔을 안겼던 진한의 등장에 질투와 자존심의 상처로 가슴이 무거워진다. 그리고 그들의 리더였던 백이가 돌아오고, 다시 의기투합하지만 진한과 백이가 가깝게 지내는 모습이 고향친구들에게는 달갑지는 않다. 그러던 중 혁이가 시비를 걸다가 진한의 조직에게 크게 당하고, 이에 분노하는 절벽과 그를 말리는 백이 사이에 또 다른 갈등이 생긴다.
유오성, 역시 깡패를 이만큼 연기할 수 있는 남자배우가 또 있을까 싶다. 눈에 힘주고 8자 눈썹으로 이마의 주름살을 잔뜩 만드는 표정은 자칫 가벼워보일뻔한 이 영화에 힘을 불어넣어줬다. 메이져 영화에서 많은 공력을 쌓은 덕에 영화 자체를 많이 살려준다. 선이 굵은 연기를 참 잘하는 느낌이다.
감독이 직접 열연을 펼친 절벽 역할도 꽤나 괜찮은 편이었다. 이미지 자체도 그렇고, 강원도 말투도 그렇고 합격점을 너끈히 받을만한 연기였다. 이 연기가 처음이라는데, 연기라기보다는 자신의 본연의 모습을 그대로 드러낸듯한 느낌마저 든다.(웃음)코메디 연기나, 발끈하는 연기나 영화 전체의 감자의 느낌을 잘 살렸다.
영화 자체는 좀 아쉬운 부분이 많다. 일단 오토바이를 타고 백이와 절벽이 복수를 하러 가는 씬에서 감독의 자의식이 너무 과잉되지 않았나 싶다. 소박하게 계속 흘러가다가 갑자기 MTV삘로 비장한 분위기를 풍기는 건 또 뭔가. 여태까지 잔잔한 화면으로 나가다가 갑자기 장면에 힘을 잔뜩 주고 관객들에게 장면으로 폼을 잡으니 장면이 전혀 멋지지 않았다. 오히려 똥폼 잡는 분위기로 흘러가버린 느낌? 엠씨 스나이퍼의 배경음악은 정말이지 최악이었다는 걸 말해주고 싶다. 그리고 그 둘 사이에 흐르는 대화나 그걸 자막처리하는 것까지도.
손발이 오그라들었다. 여태까지의 자연스러운 동네 찌질이들의 이야기는 뭘 위했던 거였나 싶었다. 차라리 둘의 대화가 오토바이에서 고함을 치며 그들의 자연스러운 언어로 이루어졌으면 좋았을 걸.
진한의 갑작스러운 개과천선과 동창회에서의 화기애애한 모습 또한 좀 아쉬운 부분이다. 고향에서도 친구들에게는 환영받지 못하고, 고향의 유지들에게도 인정받지 못하며 다른 거대한 조직에게는 겁을 먹고 손가락마저 잘려야하는 수모를 당하는 인물이 바로 진한이다. 누구보다도 인생의 굴곡을 크게 겪는 인물이건만, 어느새 조직에서 발을 뺐다는 나레이션 하나로 인물이 완전히 바뀌어버린다. 앞머리를 내리고 동창회에서 찌질하게 여기던 녀석들과 아무렇지 않게 술잔을 섞고있는 모습은 보는 사람에게는 좀 어리둥절하다. 엉???
물론 삶의 과정에서, 또한 가족을 소중히 아끼는 모습에서 그런 그의 변화는 납득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그 변화의 과정이 조금 더 설득력있게, 조금은 더 친절하게 보여져야 하지 않았었나 싶다. 그가 그렇게 변하기까지 그가 겪은 일이라고는 손가락을 잘리고 서러움에 울부짖은 것과, 자신의 입장에서는 건방지게까지 느껴지는 백이와의 결투 뿐이다. 그리고 갑자기 사람이 바뀌었다? 그렇다면 변화의 계기가 보여져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이는 극 자체의 리얼리티를 떨어뜨릴 뿐더러 여태까지의 비중이나 대립구도에서의 균형을 허물어뜨려 버린다. 왜 변했는데? 어떻게 변하게 됐는데? 왜 그렇게 백이 일당과 으르렁대고 치고박던 녀석이 갑자기 순한 얼굴로 술이나 같이 마시고 있는거지? 조금은 불친절한 편집이 아닌가 싶다.
재미는 있었지만 독립영화 이상의 메이저 영화들과 비교했을 때 특별한 부분이 있는 지는 잘 모르겠다.
30대40대들이 본다면 동창회에서 학창시절 추억을 떠드는 기분으로 관람할 수 있는 영화가 아닌가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