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눈높이 보다 낮은 곳에서 아이를 지긋이 올려다 보며 눈을 맞추는 남자의 무표정한 모습이 그려진 포스터가 참 인상적이다.아버지가 자식을 사랑해서 바라보는 모습 그이상의 눈길이 느껴지고 영화의 모든 내용이 함축되어 있는 듯한 강한 인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하다. 영화를 보기전 나는 이미 영화의 재미를 떠나서 이멋진 포스터 만큼은 절대 잊지 않으리라 혼자 마음속으로 중얼 거리고 있다.다른 나라의 사정은 잘 모르겠지만 한참 뒤늦은 시사회를 거쳐 개봉을 앞두고 있는 어쩌면 이전에 겪었던 것처럼 개봉은 안되고 곧 DVD로 나올지도 모르는 영화 벨라~ 수많은 블록버스터와 인기 영화들 사이에서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임자를 기다리다 여러해 수입이 지체 되었는지 모를일이다. 그렇다고 벨라가 검열을 통과 못할 정도의 성적 표현의 수위가 높거나 폭력성이 강하지 않은걸 보면 수입 업자나 극장들이 가장 고민하는 경제적인 득과 실이 정답일 것이다.
유독 어린 아이들에게 시선을 자주 빼앗기는 호세 ~ 아주 잠깐이지만 영화 초반 차를 몰고가는 멋지게 생긴 훈남이 그뒤 수염이 덥수룩하게 자라 이전의 모습을 전혀 찾아 볼수없는 호세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과연 그사이 어떤 일들이 있었길래....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누구나 상처와 시름 한두가지 쯤은 마음속에 간직하고 치유와 고통을 번갈아가며 한층 강인한 인간으로 성장해 간다.과거의 고통으로 인해 아직 방황하고 있는 호세 과거의 기억때문에 현재의 고통이 더욱 크게 느껴지는 니나 ~ 서로가 절친은 아니였지만 어느 순간 호세의 충동적인 행동으로 하루 동안의 동행이 시작되고 서로의 고통을 공유하며 그간 마음속에만 꼭꼭 숨겨왔던 일들이 하나 하나 수면위로 올라온다. 짧은 하루의 일정이지만 그들은 드넓은 바다와 니나의 어릴적 환경과는 전혀 다른 누가 보아도 화목함이 흠씬 느껴지는 호세의 가족들과 어울리며 변화의 시간들을 마음껏 즐기며 그순간 만큼은 현재와 과거의 고통에서 자유로와 진다.
니나가 어릴적 느껴보지 못했던 호세의 단란하고 화목한 가정을 잠시 들여다 보면 묵묵히 지켜봐 주고 언제나 응원을 아끼지 않는 부모님.자수성가해서 그런지 조금은 인색하고 언제나 투덜거리는 형 그래도 형제인지라 금방 풀어지고 화해하는 속정 깊은 남자.조금은 수다스럽고 여자 친구가 생겨서 들떠있는 자칭 미남 동생 ~ 영화 벨라에서 가장 많이 웃었던 부분이 호세의 형제들이 출연하는 장면이었던것 같다.그만큼 벨라는 영화의 상당 부분이 잔잔하고 조금은 어둔운 장면들이 대부분이다. 마지막 부분 아이의 해맑은 미소를 보고 있으면 왠지 마음속에 쌓아둔 모든 근심이 눈녹듯 사라지는 느낌이 든다. 영화 벨라는 솔직히 재미있는 영화도 아니고 흥행이 보장된 영화도 아니다. 눈에 익은 배우도 없고 감독 마져도 생소한 그리 내세울게 없는 영화지만 왠지 보고 나면 가슴 한구석이 시리면서도 따뜻해 지는 영화이다. 미혼 여성들 혼자만의 책임으로 떠넘기기엔 너무나 가혹한 사회 구조의 모순 그리고 가해자인 남자들의 이기심.. 많은 주제가 담겨져 있는 우리가 주목 해야할 영화가 아닐까 생각한다.
귀에 익은 음악들 ~
개인적으로 영화도 좋았지만 또 다른 재미는 흥겨운 음악들과 귀에 익은 노래들이다. Pussycat Dolls - Sway 와 처음 그녀에게 (Talk To Her) 에서 들었던 Caetano Veloso - Cucurrucucu Paloma 등등 좋은 ost 들이 즐비하다. 소통과 화해를 통해 서로가 고통을 분담하고 힘을 조금씩 보탠다면 그만큼 치유의 시간도 짧아지고 아이의 해맑은 미소처럼 행복한 세상이 찾아 오지 않을까? 한편의 영화가 사람들의 마음과 인식을 바꾸어 놓을수 있다면 그것은 재미와 흥행을 떠나 위대한 결정체이고 칭찬 받아 마땅한 결과물이라 생각한다. 나에게 있어서 만큼은 한없이 좋았던 영화 그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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