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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누가 더 희한하게 죽나 파이널 데스티네이션 4
jimmani 2009-09-19 오전 1:58:07 2818   [0]
 
인터넷을 돌아다니다 보면 '세계에서 가장 황당한 죽음'에 관한 글을 찾아 볼 수 있다. 실제로 있었던 사건 중에서 타이밍이나 여러 정황 상 기가 막힐 정도로 맞아 떨어져 어처구니 없는 결과를 초래한 죽음의 사례들을 늘어놓은 글인데, 그 글을 읽다 보면 지구상에 60억 인구가 있는 만큼 벼라별 황당하게 목숨을 잃는 경우가 있긴 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영화라는 매체가 어떻게 보면 인간의 죽음을 가장 많이, 그리고 가장 실감나게 형상화하는 매체일텐데, 그 속에서 등장하는 온갖 어이없는 죽음들도 마냥 얼토당토않은 얘기만은 아니라는 뜻도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영화가 인물의 죽음을 통해 관객들에게 공포심을 심어주려 한다면, 말도 안되는 죽음은 헛웃음만 유발할 뿐이다. 우리가 한번쯤 상상해봤음직한, 정말 까딱하면 그렇게 될 법도 한 죽음일 때 공포감이 더욱 세지는 법이다.
 
<데스티네이션> 시리즈가 유난히 공포스러웠던 게 이런 이유에서였다. 현실에선 만날 가능성이 극히 낮은 존재로부터 죽음을 당하는 게 아니라, 당사자의 부주의나 타이밍상의 불운으로 인해 주변의 어느 상황으로부터 죽음을 당하기 때문에, 그 위력은 곧 우리를 당장 에워싸고 있는 환경에 대한 일시적인 두려움으로 이어지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속편의 법칙은 어디서나 예외없이 적용된다. 더 강하고 더 자극적으로 나아가는 것. <데스티네이션>도 그 놀라운 수익성 덕분에 속편들이 나오면서 영화 전체를 장식하는 여러 인물들의 죽음은 더 끔찍해지고, 주변의 상황은 더욱 잔혹한 살인마로 변해간다. 이게 더한 공포감으로 이어진다면 다행이겠지만, 그렇지 못하다는 게 문제다. 4번째 영화인 <파이널 데스티네이션 4> 속 죽음들은, 그저 희한하게 느껴질 뿐이다.
 
레이싱 경기장을 찾은 친구들 닉(바비 캠포), 로리(샨텔 반샌튼), 헌트(닉 자노), 자넷(헤일리 웹). 그런데 한창 경기를 재미나게 관람하던 중 닉은 불길한 환상을 본다. 경기장의 허술한 시설로 인해 레이싱 카의 충돌 사고가 곧바로 관중석으로 이어지며 엄청난 인명 피해를 낳는 순간을 본 것이다. 그런데 아니나다를까, 환상에서 봤던 상황이 전조처럼 그대로 재연되고 닉은 극도의 불안감을 느끼며 친구들에게 여기서 나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게 왠 헛소린가 하던 친구들은 결국 주변 관람객들과의 시비에 휘말려 경기장 바깥으로 나가게 되는데, 아니나다를까 경기장에선 정말 엄청난 사고가 발생해 수십명의 목숨을 앗아가고 만다. 닉과 친구들을 비롯한 생존자들은 얼떨떨하면서도 살아있음에 감사하지만, 아시다시피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사고에서 살아남은 이들이 어느 날부턴가 한 명 씩 끔찍한 사고로 죽음을 맞는 것이다. 불길한 느낌에 직면한 닉과 로리는 사고에서 살아남은 자신들에게 죽음의 손길이 다시 드리우는 것임을 깨닫지만, 헌트와 자넷은 무슨 헛소리냐며 믿지 않는다. 과연 그들은 예정된 죽음을 막을 수 있을 것인가.
 
 
사상 최초 풀 3D 공포영화였던 <블러디 발렌타인>의 성공에 영향을 받은 탓인지 이 영화 역시 3D로 제작되었는데, 그래서인지 사고 시퀀스에서의 생동감이 더욱 강조된다. 오프닝의 배경을 레이싱 경기장으로 택한 것도 이 3D 방식을 잘 활용하기 위한 대안으로 보이며(그러나 사고 장면의 긴장감과 충격 효과는 전편들보다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편이다.), 측면보다 정면 샷을 적극적으로 활용함으로써 무언가에 찔리거나 무언가를 가르키거나 어떠한 효과가 갑작스런 분출 효과를 일으킬 때 스크린 밖으로 불쑥 튀어 나오는 듯한 질감을 더욱 잘 살려낸다. 참고로 영화 중에 이 영화가 3D 영화라는 걸 교묘하게 희롱하는 듯한 장면이 나오는데, 영화관에서의 사고 장면이 그것이다. 이 장면에서는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3D 영화의 가장 극단적인 예를 목격할 수 있는데, 당장 3D 안경을 끼고 이 영화를 보고 있는 관객들에게 또 다른 3D 영화관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영화와의 거리감을 좁히고, 거기다 그 안에서 사고를 전개함으로써 관객들에게 더욱 밀착적인 공포감을 전해주려 했다는 점에서 꽤 재치 있다고 생각되는 부분이었다.
 
매 편마다 주인공은 바뀌지만 이야기의 전개 방식은 변하지 않는다. 인물들의 죽음의 운명을 결정지을 거대한 사고가 초반을 장식하고, 거기서 살아남은 인물들은 그 대가로 더한 죽음의 공포를 겪게 된다. 연이은 희생자의 끝에 최후의 몇 명은 다른 결정적 장소에서 운명이 달려 있는 사투를 벌인다. 공포영화 시리즈라는 게 속편이 거듭될 수록 늘 익숙한 구조를 이어가게 되지만 <데스티네이션> 시리즈의 경우는 그 구조가 유독 더 정형화되어 있는 듯하다. 여기에 관객들이 식상함을 느끼는 건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이러한 구조의 정형화에 얽매여야 하는 한 편, 이 시리즈가 가질 수 있는 강점은 매편마다 독특한 함정을 설계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정한 살인 캐릭터의 등장 없이 주변의 평범한 사물들이 '합작'을 이뤄 죽음을 만들어내는 경우이기 때문에, 이 사물들이 어떻게 배치되어 어떤 동선으로 사고를 만들어내는가는 이 영화에서 긴장감을 형성해가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그런 점에서 이 시리즈는 매편마다 더욱 기묘한 함정을 설계해나간다. 여기에 영화는 전편과는 다르게 주인공 캐릭터에게 매 사고를 예측할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함으로써 관객들에게 추리의 여지를 남기기도 한다. 주인공에게 다음 죽음에 대한 단서를 인과 관계 없이 무작위로 던져주면서도, 그것이 누구에게 언제 일어날지는 알려주지 않음으로써 궁금증을 더 증폭시키는 효과를 낳기도 했다. 또한 죽음의 연결을 일직선으로만 뻗은 게 아니라 여러 갈래로 뻗어나가게 해 관객들을 좀처럼 안심할 수 없게 만드는 부분도 돋보였다.
 
 
물론 '더 강하게'라는 속편의 법칙에 맞게 이러한 변화의 시도 속에서도 이 시리즈의 핵심이라 할 만한 사고 장면들은 한층 더 잔혹하게 만들어진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지나친 인위성이 드러난다는 게 문제다. 함정의 절묘함과 잔혹함이 갈수록 세지니까 이건 어떤 초자연적 기운에 의한 게 아니라 정말 어떤 사람이 설계해 놓은 함정을 보는 듯 하다. 별 효과가 없을 것 같은 사물들의 작용으로 억지스럽게 큰 효과를 만들어내기도 하고,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사물이 말도 안되는 위력으로 사람의 목숨을 위협하기도 한다. 1편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사실 살해 방식은 목이 졸려 죽거나 칼에 찔려 죽는 등 상대적으로 평범한(?) 방식이었으나 그러한 결과로 이어지기까지의 기묘한 과정들이 톱니바퀴처럼 맞아 들어가는 모습이 공포감을 안겨줬었다. 그러나 4편까지 나와서 보니, 이제는 진행 과정의 기묘함은 둘째치고 죽음을 맞는 순간의 임팩트가 얼마나 크고 충격적인지를 중요시하는 것 같아 아쉬웠다. 잔혹함도 어느 정도 수긍이 가야 하는데, 3편에 이어 계속되는 (또한 더 심해지는) 잔혹한 죽음의 비주얼은 이제 공포감은 고사하고 매번 황당함을 불러일으킨다. 인물이 죽음을 당할 것 같은 상황이 전개되는 동안은 긴장감이 꽤 유발되는데, 그 결과가 매우 과장된 잔혹함으로 펼쳐지는 순간 공포의 화룡점정보다는 허탈함과 당혹감을 안기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과장된 죽음은 과장된 전제 위에서 펼쳐진다. 이 영화에 따르면 인체는 해삼마냥 약하게 구성되어 있어서 그 어떤 충격도 받아치지 못하고 그대로 파괴되어버린다. 미국은 사회 곳곳에 있는 시설들이 첨단으로 도배한 겉모습과는 반대로 몇 십 년은 울궈먹은 듯 허름해 언제 쓰러질지 알 수 없을 만큼 극도의 안전불감증 국가이며, 이러한 고장 직전의 설비들은 인간이 어찌할 수 없는 무지막지한 힘으로 파괴를 일삼기도 한다. '돌에 맞는다'는 평범한 설정도 이 영화에서는 전혀 다른 결과로 돌아온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인물들은 죽음을 겪으며 으깨지기도 하고, 파열되기도 하고, 깍두기처럼 변하기도 한다. 분명 객관적으로 보면 잔혹하지만, 과장된 전제 위에서 만들어진 과장된 죽음이라 공포감이나 충격보다는 허무하게 '헐, 뭐지...'하는 느낌만 강하게 배어나온다. 이러한 장면들 뒤에 인물들이 마치 뭔가 대단한 걸 깨달았다는 듯 하나같이 내뱉는, 전편들에서도 좀처럼 보지 못했던 교훈적 대사들의 남발은 심지어 이 영화를 실컷 사람들 죽여놓고 급기야는 안전사고 예방 캠페인으로 이끌려는 심산인가 하는 의심까지 하게 만들었다.
 
물론 이렇다고 이 영화가 정말 게으르게 전편의 구조를 답습하면서 살해 장면들만 자극적으로 키운 건 아니다. 앞서 얘기했듯, 이 영화가 3D 영화라는 점을 분명 염두에 둔 듯한 후반부 장면은 꽤 감각 있게 느껴졌고, 전편들에 등장했던 여러 희생자들의 모습을 해골로 단순화해서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오프닝 크레딧도, 시리즈 중에선 가장 인상적인 오프닝이라 해도 될 만했다. 그러나 확실히 전편들에 비해서 영화는 균형미를 잃어버린 면이 강했다. 90분도 채 안되는 러닝타임은 등장인물들로 하여금 어떤 여유도 없이 죽음을 피하는 데만 급급한 소모적 캐릭터들로 만들어놓았고, 그 과정에서 죽음은 최대한 잔혹하면서도 당혹스럽게 표현돼 그 전까지 조성되었던 긴장감을 수포로 돌아가게 했다. <데스티네이션> 시리즈가 지금까지 인기가 있을 수 있었던 이유는 죽음의 과정이 철저히 생활 밀착적이어서 그 공포감이 유독 두드러졌기 때문이지, 단순히 잔인한 사고 장면들 때문만은 아니었을텐데 말이다. 미국에서는 이게 진짜 마지막이라고 뒤에 숫자도 붙이지 않고 <'더(The)' 파이널 데스티네이션>이라 명명했는데, 개인적으로 이 시리즈를 좋아하지만 정말 초심으로 돌아갈 게 아니라면, 이 시리즈는 여기서 끝내는 게 좋을 것 같다.
 

(총 1명 참여)
zoophi
저도 보고싶네요   
2010-01-21 21:31
hooper
잘봣어요   
2009-09-21 17:27
veira
결국 다 죽는다는 지난 스토리   
2009-09-20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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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널 데스티네이션 4(2009, The Final Destination / Final Destination : Death Trip 3D / Final Destination 4)
제작사 : New Line Cinema / 배급사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수입사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 공식홈페이지 : http://www.fd4.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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