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널 데스트네이션은 이제 단순한 공포영화가 아니다. 놀이공원에 새 어트랙션이 추가된 것처럼 3D 공포의 집을 화려하게 만들어놓고 관객을 유인한다.
이번 공포의 집은 레이싱 카를 주 재료로 삼았다. 하지만 이미 3편 롤러코스터에서 신나게 뒤집혀주던 비쥬얼에 비하자면 관중석으로 사정없이 덮쳐대는 자동차들 쯤이야 우습다.
영화의 내용은 신선함 따윈 포기한 듯 지겹게 봐왔던 데스티네이션 그대로다.
혼자 모든 죽음의 법칙을 밝혀내느라 용쓰는 남자 주인공과 그의 걸프렌드! 하지만 영화감독은 살기위해 바득바득대는 우리 주인공들이 불쌍하지도 않은지, 요건 몰랐지~ 하며 러닝타임 내내 죽어라 밝혀냈던 죽음의 순서를 모조리 뒤엎어버린 채 모두를 친절히 지옥으로 모셔간다는 보람상조의 철칙을 고스란히 지켜낸다.
하지만! 만든이들이 중요하게 생각했던건 내용이 아니었다. 잘 만든 놀이기구의 인기가 시들해졌다면 3D 안경을 씌워주고 눈속임하면 얼렁뚱땅 4편을 개봉시킬 수가 있었던거다.
오! 3D 입체영화라 함은 그 모든 외국인들이 하나같이 온 몸을 뒤로 젖히며 나자빠지며 비명을 질러대던 바로 그 광경을 말하는 것 아닌가?
하지만 이미 몇차례 3D 입체영화를 보며 자막과 따로노는 영상에 어지러움증만 호소했던 난 이번에도 별다른 경이로움은 느낄 수 없었다.
나름 돈들인 3D영화라는 것을 티라도 내려는 듯 굳이 카메라 렌즈 앞까지 날아와주시는 각종 나사못과 철근 콘크리트들에 놀란 내 각막이 순간적인 착각을 일으켜 안구를 긴장시키긴 했으나, 일시적인 착시 현상이 뇌의 아드레날린 분비까지 촉진 시켜주기엔 턱 없이 부족했다.
그래도 이 영화의 백미라면 씹을거리만큼은 확실히 제공해준다는 것 정도랄까? 걍 정크무비, 팝콘무비 정도란 말이다. 그거면 됐지 뭐..
눈 휘둥그레지는 특수효과 없이도 묘한 서스펜스와 그 뒤에 어김없이 찾아오는 큰 웃음이 절대 묘미였던 쌤 형님의 드래그 미 투 헬이 새삼 떠올랐다.
눈은 속여도 머리와 마음까진 못속이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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