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시대상을 대변한다' 라는 말처럼, 어려운 서민경제와 몇년전부터 제도권 위로 떠오른 제2금융권, 대부업체의 난립을 표현하는것처럼, 남자김씨는 대부업체의 높은 이자덕분에(?) 원금의 몇배가 넘는 금액을 상환해야 할 처지이고, 최근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은둔형외톨이 여자김씨는 학창시절 따돌림을 받았던 학생이었다고 표현됩니다.
일단 영화상에서 두 남녀는 확실히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과는 거리가 먼편입니다. 어쩌면 정반대 라고 해야겠지요.
대한민국 에서 가장 흔하다는 김씨. 이것은 2000년대 초 신용카드 무작위 발급으로 인해 신용불량자가 양산되고, 근 몇년전부터는 제2금융권의 고리대금때문에 경제적으로 어려우며, 취업조차 쉽지 않은 현재의 대한민국 젊은이들을 대변하는 것입니다.
미니홈피 하나없는(적극적으로 포스팅을 하지 않더라도) 젊은 여자는 아마도 없을것입니다. 오픈된 개인공간이니만큼 나만 혼자서 보는 일기장이 아닌 보여주기위한 일기장이 되버린 측면을 꼬집었네요.
아마 은둔형 외톨이를 부추기는데는 인터넷의 발달 또한 큰 요인이라고 생각합니다. 방에 앉아서 인터넷으로 물건을 사거나 챗으로 대화를 하거나 뉴스를 보거나 심지어 음식을 시켜먹을수도 있으니까요.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대한민국의 문제있는 두 남녀... 하지만 씁쓸하게도 동시대 우리의 자화상이기도 합니다.
자살실패로 밤섬에 표류하게된 남자김씨...
자신의 방이 곧 우주이며 세상과 통하는 두개의 창 중 하나는 인터넷상의 미니홈피.
또다른 하나는 자신의 방 창문을 통해 봄, 가을에 한차례씩 있는 민방위날, 아무도 없는 거리 사진을 찍는것이 유일한 창인 여자김씨...
흔히 인터넷은 정보의 '바다'로 불리우며, 홈페이지를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행위를 '웹서핑'이라고 표현한다는 점
에서, 남자김씨과 여자김씨는 모두 자신이 만든 섬에 가두어져 있다는점에서 동일합니다.
중간중간 두개의 영화가 떠올려 지는데, 캐스트어웨이 에서 톰행크스가 자신의 유일한 친구인 배구공 '윌슨'과 이별하는 장면.
그리고 도쿄의 봉준호 감독 에피소드에서 히키모코리가 지진때문에 밖으로 나오게 되고, 또다른 히키모코리를 역시 지진때문에 밖으로 나오게 하는장면이 생각나네요.
어디선가 본듯한, 누구나 떠올렸을법한 그장면! 김씨표류기에서도 남자김씨는 폭풍우(사실은 장마철의 폭우)로 오리배를 떠나보내게 되고,
사람을 꺼리는 은둔형외톨이인 여자김씨가 유일하게 세상밖으로 얼굴을 내밀게 해줄 수 있었던 민방위 사이렌소리가 울려퍼지는 아무도 없는거리.(나중에 민방위훈련시 행하여지는 교통통제 덕분에 남자김씨를 대면할수 있게됩니다.) 이 두가지는 각본을 쓴 분께 한번 여쭤보고싶을만큼 닮아있네요.
이런저런 사건을 겪으면서 결국 영화의 결말은 희망을 이야기 합니다.
'문제있는' 두 남녀의 만남으로 끝을 맺습니다. 아마 곧 돌아올 민방위훈련때 사이렌을 들으면 마지막 장면이 떠오를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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