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인의 사이버 공간인 오즈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아바타를 통해 접속하여 현실과 똑같은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 만큼 최고 수준의 보안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어느 날 해킹을 당해 사이버 공간은 큰 혼란이 벌어 지고, 그로 인한 현실세계도 커다란 문제가 발생하죠. 유력한 범인으로 겐지가 지목되는데요... 그는 우연히 받은 문자에 답문을, 특기인 수학실력을 발휘 해 보낸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보안이 뚤려 혼란에 빠진 오즈를 바로 잡기 위한 겐지의 노력은 엄청난 위력으로 커가는 '러브머신'에 번번히 패하여 결국 현실 세계에도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게 되어 점점 희망을 잃어 갑니다. 그 위기의 상황에서 나츠키의 가족과 함께 최후의 결전을 준비하는데...
사회가 발전하면서 점점 가족의 의미는 대가족에서 부부와 자식만으로 구성된 핵가족으로 변해 가고 있고, 다른 사람과의 교류는 컴퓨터를 통해서 이루어져 점점 인간미를 잃어 가고 있습니다. 불혹을 넘긴 마모루 감독은 보면 요즘처럼 컴퓨터가 점점 우리 생활을 잠식해 인간미가 없어져가는 삭막한 삶이 가져오는 사회 문제를 풀 수 있는 해법으로, 그가 어릴 적 사회 분위기였던 가족의 사랑만이 진정한 답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할머니, 할아버지, 부모님과 한 집에서 살면서 부모님이 일하러 가시면 아이들을 하루 종일 돌보아 주셨던 그분들의 '사랑'. 지금은 그 자리를 돈으로 사람을 사는 것으로 대신하기에 할머니, 할아버지의 사랑을 알고 자랄 수가 없습니다. 또 대부분의 가족이 한 자녀만을 갖다보니 자신만이 최고라는 생각으로 자라 사회는 갈수록 이기심이 팽배해져만 가고, 그런 아이들은 다른 사람과 어울리기보다 컴퓨터와 친구가 되어 '배려'라는 단어는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습니다. 이런 사회를 경고하기 위한 <썸머워즈>는 가족의 사랑만이 이런 문제를 풀어갈 해법이라고 말하기 위해 기가막힌 설정을 합니다.
'오즈'라는 사이버 공간은 약간 과장이 되긴 했지만 지금 우리의 삶과도 비슷합니다. 무수한 개인들의 ID가 있고 그 ID는 '아바타'를 통해서 서로 관계를 맺으며, 물건을 사고 팔거나 우리의 교통시설을 통제하는 등 수많은 것들이 이루어집니다. 한 순간 문제 발생은 생활의 혼란으로 직결되는 상황에서 우리가 만든 피조물에게 우리가 종속되는 아이러니는 이미 현실인 것입니다.
그리고 아주 다복한 진노우치 일가가 등장합니다. 90이 넘으셨지만 아직도 정정하시고 그분의 말 한마디가 중요한 결정권이 있는... 그리고 아주 많은 식구가 한 집에 모여 행복하게 사는 대가족을 설정합니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만큼 개성도 의견도 다르지만 '가족'이기에 양보하고 위기의 상황에선 힘을 합쳐 적과 맞서는 '하나됨'을 보여 줍니다.
이 두가지, 오즈라는 사이버 공간과 가족은 커다란 대조가 되고 있지만 사이버 공간이라는 비인간적인 영역의 문제를 풀기위한 대안으로 인간미 넘치는 가족의 사랑으로 극복한다는 설정은 이 작품의 기막힌 묘미가 아닐까 싶습니다.
어떤 면에서는 <썸머 워즈>를 좀 더 공감하고 이해하며 재미를 느끼기에는 쉽지 않은 부분도 있습니다. 조부모와 살아보지 않은 사람이 그 사랑을 이해하기 어렵고, 사이버 공간 속의 'account', '서버', '아바타' 등의 용어는 전문적인 지식을 필요로 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흰 바탕에 자막이 많이 가려지고 순간적으로 지나가버려 일본말을 잘 모르면 빠른 전개를 따라가기 어려운 부분도 잇습니다.
하지만 컴퓨터와 관련된 부분이 그리 큰 부분은 아니고, 선과 악의대결도 2인용 대전게임으로 설정하여 쉽게 이해가 가며, 최종 대결에는 우리 생활과 밀접한 놀이방식(?)이 사용되어 모든 연령층이 각자의 재미를 찾아 관람할 수 있는 걸작으로 탄생합니다.
시종일관 웃음이 끊이지 않고 화려한 영상과 실제 풍경을 보는 듯한 사실적인 화면이 조화로운 <썸머워즈>는 마모루 감독의 강한 메세지를 엿볼 수 있는 작품입니다. 전작 <시간을 달리는 소녀>에서 시간 여행을 하면서 자신의 진짜 사랑을 찾아가는 '사랑'을 이야기 했다면 <썸머 워즈>는 위기를 극복하는 '가족의 사랑'을 이야기 합니다.
삼국지에서 '와룡(제갈 공명)'과 '봉추(방통)' 중 한명만 함께 해도 세상을 통일할 수 있다고 했는데 지금 일본은 미야자키 하야오와 함께 호소다 마모루라는 두 천재를 갖고 세계 애니메이션 시장을 호령하고 있습니다. <썸머워즈>는 <아이스에이지 3>과 대결을 펼치고 있지만 쉽게 우열을 가리기 어려울 정도로 <썸머워즈>는 훌륭합니다. 3D가 최근 대세인 상황에서 2D인 <썸머워즈>가 좋은 대결을 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작품성과 재미 그리고 따듯한 감동을 주기 때문일 겁니다. 광복절에 즈음하여 일본을 앞서는 우리 애니메이션의 작품을 만날 날을 손꼽아 기다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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