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벳의 자치권 확립과 평화를 위해.. ★★★
임신한 아내를 뒤로한 채 히말라야 최고봉 중 하나인 낭가 빠르바트로 원정을 떠난 오스트리아의 유명 산악인인 하인리히 하러(브래트 피트)는 등반 과정에서 몇 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기지만 끝내 정상을 밟지 못하고 물러서고 만다. 그러나 고난의 여정은 계속 이어져, 산에서 내려오자마자 독일과 전쟁을 선포한 영국군에 의해 사로잡혀 포로수용소에 갇히고 수차례 탈출을 기도한 끝에 동료인 피터(데이빗 듈리스)와 함께 겨우 탈출에 성공해 겨우겨우 외국인의 출입을 금하는 티벳의 라사에 도착한다. 피터는 그곳에서 현지 여성과 결혼해 행복한 삶을 영위하고 하인리히는 티벳의 영적 지도자인 13세의 어린 달라이라마와 우정을 나누며 엄청난 격변기의 시기를 맞은 티벳에서의 7년을 보낸다.
예전에 봤던 이 영화를 최근에 우연히 TV에서 다시 보게 되었다. 처음 이 영화를 볼 때는 서구 감독의 오리엔탈리즘에 입각한 영화라는 비판적 의견을 주로 가지고 있었다. 사실 장 자끄 아노 감독은 유달리 서구 식민지 시절의 동양 얘기에 관심이 많은 듯 보인다.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연인>도 그랬지만, 호랑이가 주인공인 <투 브라더스>의 배경도 그러니깐 말이다. 그럼에도 티벳 문제가 더욱 격렬해진 현 시점에서의 관람인지라 처음의 비판적 의견이 조금은 상쇄되는 듯한 느낌이다. 아무래도 중국의 티벳 정책에 대한 거부감이 강하기 때문일 것이다.
여전히 이 영화는 지루하고 노골적인 오리엔탈리즘으로 다가서기는 한다. 감히 누구도 눈을 맞추지 못하는 영적 지도자가 서양인에 대해서만큼은 허용한달지, 서양인의 과학 지식에 대한 예찬에 이르기까지. 거기에 이런 영화들이 주구장창 떠들어대는 동양의 신비함에 대한 주술적 표현도 같은 동양인의 눈으로 볼 때 여전히 불편한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우선 가기가 쉽지 않은 티벳의 여러 풍경들 - 파란 하늘, 넓은 평원, 라사의 모습, 포탈라 궁 등등등 - 을 보는 것만으로 뿌듯하다. 물론 최근엔 TV의 다큐멘터리나 여행기 등을 통해 자주 보던 장면이지만 그럼에도 티벳을 떠올리면 영혼과 눈이 맑아지는 듯한 느낌이다. 이런 아름다운 티벳에서 백만이 넘는 티벳인이 중국정부에 의해 죽었고, 6천 여 곳의 사원이 파괴되었다고 한다. 현재 티벳의 중심 상권 및 경제권은 이주해간 중국인들이 장악하고 있으며, 중심지에서의 인구 비율도 중국인이 더 많아졌다고 한다. 참 쉽지 않은 현실이다. 현실적으로 중국이라는 거대 강국과 맞서 싸우는 것도, 국제적인 지원도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다. 따라서 망명 중인 달라이라마도 티벳의 독립 주장을 거둬들이고 최소한의 자치권 부여라도 이루어지길 원하고 있다 한다. 어서 빨리 티벳에서 티벳인들이 원하는 평화가 정착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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