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적나라촌평 : 감독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취향이라는 게 있다..
예를 들어, 박찬욱 감독의 약간 고어적(?)인 가학성이나,,
봉준호 감독의 디테일한 경향, 이창동 감독의 리얼 경향,
곽경택 감독의 무한 부산 사랑 경향, 홍상수 감독의 애주 경향까지,,
나름 감독들에게는 자기 취향이라는 게 있는 거 같다..
그렇다라고 한다면 이 영화를 감독한 이해준 감독은,
마이너리티에 무한 애정을 쏟는 취향을 갖고 있다고 해야겠다..
이해준 감독의 전작은 바로 '천하장사 마돈나'이다..
영화는 트랜스젠더가 되기 위해 씨름 선수가 된 한 소년을 다뤘다..
그랬던 그가 이번에는 또 다른 마이너리티에 눈을 돌렸다..
영화 속 주인공들은 보통 사람들이 아니다..
male 김은 직장을 잃고 빚더미에 올러서고 연인까지 떠난,
말 그대로 인생의 벼랑끝까지 밀린 남자다..
결국 그는 자살을 택하나 죽지도 못하고 밤섬에 표류했다..
그리고 그는 그곳에서 희망을 발견하고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이 male 김을 연기한 정재영은,
그가 아닌 male 김을 연상할 수 없을 정도의 연기를 보여준다..
그가 가진 연기의 스펙트럼은 넓다고 할 수 있다..
나름 진지함에서 뿜어져 나오는 코미디스러움과,
나름 험살궃은 얼굴을 구기면 나오는 다크 포스까지..
정말 꽃미남 얼굴은 아니지만,
그만의 얼굴을 통해 그만 할 수 있는 연기의 정점을 항상 보여준다..
이 영화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정말 썡뚱맞은 인생을 살게 된 male 김을 연기함에 있어..
무인도인 밤섬에서 표류하는 한 남자를 연기하는데,
진지한 무게감과 코미디 본능을 가진 정재영은 맞춤이었다..
그리고 영화 속 female 김은 기대하지 않은 정려원이다..
그녀는 드라마에서는 나름 안정적(?)인 연기력을 보여주나,
영화에서는 상대 남우에 가려져 빛을 발하지 못하였기에..
정재영이라는 큰 나무에 가려지지는 않을까 우려가 되었다..
하지만, 방에 갇혀 표류하는 female 김을 연기하는데,,
외형적인 마른 몸을 가진 그녀를 통해,
히사코모리(?)인 캐릭터는 명확해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약간은 편집증에 가까운 삶을 살고 있는,
온라인 속에 자신을 가려 다른 이의 삶을 사는 female 김을,
정려원은 기대 이상으로 잘 표현해 주었다..
이 영화는 단순하게 섬과 방에 갇힌 두 김씨만을 다루진 않았다..
영화 속에서는 단지 두 사람만이 갇혀있지만,
감독은 결국 사막에 막혀 가리워진 삶을 살고 있는,,
현재의 작태를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자신이 아닌 타인에게는 아무런 감정도 담지 않고,
그 사람의 내면의 모습을 바라보기 보다는 외향을 먼저 바라보며,,
익명성에 자신을 숨겨 타인을 매장(?)하는 현대인들..
규율과 규범을 내세우며, 다수를 앞세워 소수를 탄압하는,,
현대인의 대중성이라는 작태가 영화 속에서는 적나라하게 보였다..
나만, 그렇게 진지하게 생각한건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영화에서 두 김씨는, 결국 자신의 영역을 빼앗긴다..
male 김은 밤섬에 출현한 공익요원들과 해병대에 의해 쫓겨나고,
그를 지켜주지 못했다고 생각한 female 김은 방을 나선다..
두 사람 모두 타의에 의해 자신만의 영역을 빼앗긴 것이다..
하지만, 자신만의 영역을 잃은 두 사람은 최후의 순간에 함께 한다..
1년에 단 두 번, 모든 세상이 멈추는 10분 사이에 말이다..
그 순간 그 둘을 바라보는 다수의 눈엔 단지 이상한 일이었겠지만,
마지막에 서로를 보며 미소 짓는 두 사람의 얼굴이 기억에 남는,,
두 사람의 따스함이 여운이 남는 영화였다..
특히, 마지막 female 김이 자신의 이름을 밝히는 그 순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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