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 어디로 향하는 지 모르는 삶을 사는 우리들의 모습이 이와 같을까요?
최근 흥행작을 보면 입소문을 통해 시사회때부터 작은 바람이 일기 시작해서
개봉과 더불어 폭풍이 밀려 오는 형태인데요. 이번 작품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정말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유쾌하게 마음껏 웃었고 그만큼의 감동도 느꼈습니다.
내용도 좋지만 배우들의 연기도 최고입니다. 극중인물과 배우들이 혼연일체가 되어 연기인지 실제인지를 모르겠더군요. 꼬질해지고 지저분한 외모와 수염... 게다가 야위어 가는 몸까지... 한강물을 벌컥 벌컥 마시고, 새똥도 묻히며, 생버섯도 씹어 먹는 자연 그대로의 삶... 영화 중반까지 한강에서의 삶은 말그대로 좌충우돌입니다.
카드 긁는 것(?)외에는 별다른 기술도 없었지만 영화속 대사처럼 욕망이 사람을 똑똑하게
만들어 생존 기술을 키워갑니다. 나무타기, 낚시는 기본이고 무엇인가가 필요하면 모든 재료를 이용하여 기발하게 도구를 만들어 해결해내는 능력... 그리고 짜장면을 먹겠다는 희망을 가지고 곡식도 키워갑니다. 이런 모습에서 이제껏 상상하지 못한 한강에서의 표류라는 기발한 상상이 현실로도 있을 수
있다는 공감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불을 피우기 위해 애쓰는 장면, 설사하는 장면 등등 유쾌하게 웃을 수 있는 장면들도 가득하지만 단연 최고는 중국집 배달부가 등장하는 장면입니다.
대사 하나 하나가 예술이니 미리 웃어 대사를 놓치지 마세요...
제목인 '김씨 표류기' ... 특정 인물을 지칭하는 것 같으면서도 흔한 성씨에 불분명한 호칭을 통해 어쩌면 바쁜 현대
사회를 어디로 향하는 지도 모른채 하루하루를 살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말하는 듯 합니다. 치열한 생존경쟁을 버텨내기 위해서 남보다 더 열심히 해야 하기에 자신의 건강도, 가족도
돌볼 시간없는 촛불같은 삶. 제대로 살고 있는지도 모른채 우리들은 한강이 아닌 인생에서 표류하고 있습니다.
주인공인 남자 김씨 (정재영)는 감당하지 못할 빚을 어쩌지 못해 자살을 택하지만 밤섬에
고립됩니다. 처음에는 빠져 나오려고 발버둥치지만 언젠가부터 그런 삶에 익숙해지고 그 속에선 잊혀졌던
삶을 조금씩 찾아가면서 탈출을 할 수 있음에도 스스로 남으려 합니다. 현실로 다시 돌아가는 것 보다 자연속에 삶이지만 만족하며 희망을 가지고서 살 수 있는 그곳.
여자 김씨 (정려원) 또한 얼굴에 심한 상처 때문인지 3년간 방에서만 인터넷과 사진기만을
벗삼아 외톨이 삶을 살고 있습니다. 심지어 가족도 어쩌지 못하는 그녀의 삶. 비록 작은 방이지만 인터넷을 통해서는 꿈꾸는 외모도, 장신구도 아니 모든것을 가질 수 있는 그곳.
이런 비슷한 외로움을 지고 가는 이들이 기발한 통신방법을 통해 대화를 시작하고 외톨이
삶에서 조금씩 사회성을 회복해 갑니다.
다른 사람이 보기엔 정상적인 삶을 살지 못하는 표류하는 인생으로 보이지만 정작 그들은 그
인생에서 행복한 만족을 느낍니다.
마치 태아가 어머니의 자궁속에서 행복한 삶을 살듯이... 그런 아이가 결국 어머니의 배 속에서 나올 때 생명을 잃기라도 할 듯이 울기 시작합니다.
영화는 명쾌한 해답을 제시하기 보다는 관객에게 많은 생각을 할 많은 여백을 줍니다. 제가 이 영화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점이 바로 이점이기도 합니다.
그들의 앞으로가 어떨 것이다라는 확실한 장면 보다는 관객이 상상할 수 있는 무언가를 남겨
둔다는 점...
우리들의 인생은 표류하듯 살고 있지만 각자의 희망이라는 나침반을 따라 걸어가고 있습니다. 잠시 그 희망을 기억하지 못할 뿐....
어디로 가고 싶은 지, 무얼 하고 싶은지를 우리는 압니다. 이 영화를 통해서 잠시 잊고 있었던 희망의 나침반을 다시금 바라 보려 합니다. 그리고 모든 것들에게 감사하며 살겠습니다.
짜장면도 감사하게 먹겠습니다.
함께 살아가는 주위 사람들의 소중함도 잊지 않겠습니다. 살아 있는 매 순간을 축복이라 믿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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