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적나라촌평 : 전기 영화가 이야기 전개 방식에는 무엇이 있을까?
그것은 대상 인물의 연대기에 따라서 이야기를 구성하느냐와,
인물과 관련된 극적 사건들을 위주로 구성하느냐일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전기 영화의 주인공이 되는 인물이라고 해도,
그 인물이 가지고 있을 극적인 사건은 한정지어져 있기 마련이고,,
결국 영화를 만들기 위해 감독이 선택하게 되는 건,
인물이 살아왔던 시간들을 연대기 순으로 구성하되,,
그 안에 픽션이 가미된 극적인 장치를 넣는 것일 것이다..
이 영화의 구성이 그렇다..
매란방의 어린 시절에서부터 시작하는 이 영화는,
그가 스승을 딛고 최고의 경극 배우에 오르는 과정과,,
그 사이 그의 평생을 관통해갔을 사랑의 시기를 이야기하며,
마지막으로 항일 시기와 관련된 그의 업적을 이야기한다..
이 영화가 보여주고 싶었던 건,
아마도 첸 카이거 감독이 거장의 반열에 올라서며 겪었을,,
예술인이 가져야 하는 고뇌였을 것이다..
그것은 바로 결국 완벽을 위해 평범함을 포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위의 명제를 위해 극 중 매란방은,
자신의 정체성을 버려야 했으며,,
자신에게 찾아온 단 하나의 사랑도 버려야 했다..
(물론, 그런 사랑이 있었는지는 확인 불가능하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며, 결국 스스로의 완벽을 위해..
매란방은 마지막 장면에서 보여지듯이,
결국 그의 공연을 기다리고 있던 관객들의 품으로 돌아간다..
이 과정에서 그는 영화의 처음과 끝을 관통하고 있는,
백부의 진심이 담긴 편지 속 약속은 지켜지지 못하게 되고,,
그는 그렇게 자신을 경극이라는 예술에 바친다..
여기까지만으로 이 영화를 간략하게 정리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그리 쉽진 않을 거 같다..
좋은 말을 해주고 싶어도,,
옥의 티라고 하기에는 큰 그 무엇인가가 있으니까 말이다..
이 영화는 도리어 주인공이 여명이 등장하기 전까지,
극적인 긴장감을 가장 잘 유지한다..
매란방의 아역(?)인 배우의 선 고운 연기를 통해 관객들은,
영화가 어떤 방향으로 진행되던 간에,,
경극에 모든 걸 바친 매란방에게 촛점이 맞춰질 것임을 알수 있다..
그리고 영화는 이렇게 진행되었으면 정말 좋았을 텐데,
내가 기억력이 나쁜 건지, 아님 주지력이 떨어지는 건지..
영화가 내용적으로 매끄럽게 진행되지 못한다는 느낌을,,
영화를 보는 내내 관객들에게 전해준다..
꽤 오랜 시간이 소요될 매란방의 전기를 다루기에..
영화의 러닝타임의 한계가 존재할 것이라는 걸,,
미처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나..
너무나도 불편하게 탁탁 튀어버리는 듯한 영화의 편집은,,
영화의 전개를 매우 불편하게 만들었다..
아무런 인과관계없이 인물의 얼굴이 주름살이 하나 둘 늘어가는,,
그런 다분히 아무런 정보가 주어질 수 없는 연극적 전개는,,
(여기서 연극적 전개라 함은, 자막을 사용할 수 없음을 의미함;;)
갑자기 전 시퀀스에 나왔던 동일 인물들에게,,
(물론, 주인공 매란방인 여명을 제외하고는;;)
각 시퀀스마다 하나씩의 주름을 선물해 주었다..
영화 속 시간의 흐름마다,
친절한 설명이 첨가될 수 없음이 당연하다고 감안해보아도..
이 사실은 앞에서 이야기했던 탁탁 튀는 편집과 절묘히 결합,
복합적으로 영화가 산으로, 바다로 가는데 일조했다고 본다..
영화의 전체적인 편집이,
속도만을 강조한 밀어붙이기식이라,,
도리어 영화의 전체적 퀄리티를 떨어뜨렸다면 이해될 수 있을까?
.. 이런 편집상의 너무나 아마추어스러움이 있었지만,
그래도 배우들의 연기를 보는 재미는 있었다..
예전에 보여주었던 모습과는 다른,
경극배우로써의 모습을 보여주었던 여명과 장쯔이..
쉽게 연상되지 않았던 두 사람의 경극 연기는,
솔직히 영화 속에서 불편하지 않았다..
경극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점이 다만 더 나은 이해를 방해했던,
요소라고 나름 자조섞인 변명을 해야 할 거 같다..
여명의 입장에서는,,
분명히 배우로써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을 듯 한데..
그러한 부분도 잘 극복되어 영화 속 캐릭터에 투영된 듯 하다..
경극에 빠져있던 시간만큼이나,
성 정체성이 다분히 모호해져버린 매란방의 모습을,,
여명이 자연스런 연기를 통해 잘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누가 모라고 해도, 이 점은 반드시 인정해줘야 할 거 같다..
하지만, 장쯔이의 캐릭터는 좀 애매하다..
매란방의 일생을 관통한 사랑임을 인정하고는 싶지만,
그녀의 존재가 과연 그의 일생에 큰 영향이었는지는,,
이 영화만을 통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특히나, 이 영화의 홍보 방향이,,
예술에 모든 것을 바친 한 남자의 사랑이야기임을 감안하면,,
이러한 의문은 이 영화가 가진 또 다른 약점이 될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여기까지 생각해보면,
이 영화는 만족감보다도 아쉬움이 많은 영화다..
특히,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아마추어 기사가 작업한 듯한 영화의 편집..
정말, 이 영화의 최악의 에러다..
다른 모든 좋은 요소들을 쌍그리 뭉개버리는 그런 악재라고 본다..
,, 그래서 아쉬웠는지도 모르겠다..
더 좋게 나올 수 있었을 한 편의 영화가 이렇게 망가져 버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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