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예쁘다.
저렇게 황량하고 때론 메말라있고 때론 칙칙한 우리네 삶.
그렇지만 대비를 이루는 저 파란 하늘처럼, 아기자기한 저 파스텔 톤의 그림처럼 살아 있다는 게 예쁠 때도 많다.
<단지 유령일 뿐>은 여행 가운데 마치 유령처럼 떠돌아 다니는 주인공들을 통해
우리의 감정이 얼마나 지 멋대로이고 각양각색인지를 솔직하게 보여준다.
영화를 보는 내내 다섯 개의 이야기 하나하나에 몸의 세포 하나하나가 반응하듯이 작은 감정들에 세세하게 공감할 수 있었다.
친구의 남자친구를 처음보고 서로에게 끌려 은밀한 밀회를 갖는 카로와 라울.
아름답지만 너무나 고요해 지루하기까지 한 아이슬란들의 적막함이 요나스의 활달함으로 소란해 지던 순간,
그 넘쳐나는 에너지에 반해버린 요니나. 그리고 요니나와 요나스의 미묘한 감정에 질투를 느끼는 이레네.
허리케인 조차도 무섭지 않은, 자메이카에서의 새로운 만남에 기대를 안고 있는 크리스티나.
무심코 여행지에 사진기를 들이대는 것처럼 권태로운 부부의 삶과 습관적인 여행이,
고스트 헌터와 소박한 남자 버디를 만나면서 흥미진진한 변화를 겪게 되는 엘렌과 펠릭스.
서른 살이 된다는 것, 이제는 홀로서야 한다는 것의 무게를 낯선 도시 베니스에서 알게 되는 마리온.
낯선 베니스에서 부모님과 헤어지고 너무나 서럽게 울던 울음에 덩달아 서러워 지던 느낌은 아직도 마음을 저릿하게 한다.
일상의 틀에서 벗어나 가끔은 유령처럼 떠도는 여행을 하고플 때,
일탈의 꿈을 꾸다 정말로 그것을 감행할 때, 그때 우리는 무언가를 만날 수 있게 된다.
그게 나와는 너무나 다른 타인이든, 전혀 알지 못했던 또 다른 나의 모습이든 상관없다.
분명한 건, 감행한 만남과 여정을 지나 다시 맞이하는 일상은 이전과는 분명 다를 것이라는 거다.
커다란 변화가 아니어도 좋다.
삶에 대한 약간의 애정이 더해지는 것 만으로도 우리의 일상은 조금, 어쩌면 더 많이 변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와 믿음이면 족하다.
여행이 행복한 이유는 되돌아 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행 후, 그 여운을 아주 오래, 어쩌면 평생 간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낯선 곳에서 만나는 낯선 나, 그리고 타인의 모습. 마음 속에 꼬깃꼬깃 숨겨져 있던 감정들이 감당할 수 없이 증폭되는 경험들-
으아~ 너무 공감되는, 너무 떠나고 싶게 만드는 이 영화!!
몇 번을 봐도, 아니 보면 볼 수록 좋아지는 영화! 강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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