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이 영화를 보았습니다. 정말 많은 관객수에 좀 놀랐구요.
여기 movist의 네티즌 리뷰에도 '눈물을 멈출수 없었다','감동적이었다', '소와 사람의
우정이 눈물겨웠다'라는 반응이 주를 이룹니다.
물론 소와 사람의 오래된 우정에 저도 가슴이 뜨거웠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말입니다.
혹시 이 영화를 보면서 ‘아픈 무릎을 끌며 힘들게 수레를 끌고 가는 늙은 소’에게
안타까움을 느낀 사람은 없나요? 소를 먹이겠다고 성치않은 정강이로 흙바닥위를
끌며 풀을 베던 노인에게서 애처로움을 느낀 사람은 없나요?
요새 가장 한국적인 영화가 가장 세계적인 영화가 될 수 있다고들 합니다.
물론 그 말은 맞습니다만, 그 이야기의 근간에는 휴머니즘과 일반적인 보편타당한 가치관이
자리잡고 있어야 한다는 조건이 있습니다.
내국인도 외국인도, 힘들어 지치고 병든 늙은 소가 끌고가는 수레를 보며 결코 기분이
좋질 않았을겁니다.
땅위를 기며 풀을 베는 노인을 보며 감동을 느끼기도 쉽지 않았을겁니다.
흔히들 얘기하는 동물학대성의 영화가 아니라고 부인할 수 만은 없습니다.
게다가 이유야 어쨋거나 소를 때리는 장면도 있었지요.
늙어서도 운동을 해야 건강하다는 섭리로 소를 운동시킨것도 아니니
힘들게 수레를 이끌며 발걸음을 옮기는 것도 보기 안스럽고,
60년대도 아닌데 단순히 소에게 안전한 먹거리를 위해 농약이나
농기계를 안 쓰며 노부부가 모두 힘겹게 일하시며 건강까지 해친
모습도 또한 안타까웠습니다.
소와 할아버지가 우정을 쌓아가는 그 오랜 시간에, 그 둘의 육체적인 고통을
덜어주면서 더불어 살아갈 수는 없었을까요?
그런데 영화에는 그런 고통들이 늙은 소가 죽을때까지 지속이 됩니다.
이 영화를 보면서 노부부의 자식들에게 ‘부모님 고생 그만시키고 편히 살게
해드려라. 그 집을 못 떠나겠다고 하시면 일이라도 편하게 하실 수
있도록 해드려라’라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두 가지 이야기를 하며 감상문을 마무리하겠습니다.
첫번째는 20여년전 ‘베어’라는 야생곰의 생활을 다룬 영화가 있었지요.
영화가 다 끝나며 화면에 다음과 같은 한 줄의 자막이 올라갔었습니다.
‘이 영화를 만들면서 그 어떠한 동물학대도 없었음을 밝힙니다’
두번째는 이 영화를 바로 내 자리 옆에서 보신 어느 70대의 할머니께서
영화를 보며 혼자서 중얼거리신 말입니다.
‘말 못하는 짐승, 때리거나 괴롭히는게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