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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은 넘치는 데 몸이 안 따라주네.. 롤라
ldk209 2009-01-20 오후 1:44:11 860   [0]
열정은 넘치는 데 몸이 안 따라주네.. ★★★

 

너무 당연하게도 이 영화를 보리라 마음먹은 건 전적으로 로라 램지 때문이다. 첫 작품부터 주연으로, 스타로 우뚝 서는 배우는 거의 없으며, 조연이나 단역으로 출연한 작품에서 빛을 발하면서 이름을 알리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건 배역 때문일 수도 있고, 배우의 개인적 매력 때문일 수도 있다. <커버넌트>를 보지 않아 로라 램지가 어떤 모습으로 그 영화에서 나왔는지는 알 수 없으나, 확실히 로라 램지라는 배우를 각인시킨 건 <쉬즈더맨>의 올리비아였다. 아만다 바인즈와 채닝 테이텀이라는 두 축으로 진행된 영화에서 로라 램지는 학교 최고의 퀸카면서도 마음까지 착한 올리비아로 뭇 남성들의 시선을 끌게 된다.

 

그런 로라 램지를 주연으로 내세운 영화가 <롤라>인데, <롤라> 출연 이후 <루인스>를 선택한 건 좀 의외다. 한국에선 미개봉인 <루인스>는 젊은 청춘 남녀가 단체로 등장하는 호러 영화이고, 미국의 많은 청춘 남녀 배우들이 호러영화에 통과의례처럼 출연하고는 한다. 그러니깐 이미 단독 주연으로 빛을 발한 로라 램지가 호러영화 주인공 중 한 명으로 굳이 출연해야 했을까에 의문이 든다는 얘기다. 아무리 통과의례라고는 해도.

 

아무튼 3대째 우체부라는 직업을 이어오고 있는 현실에서 롤라가 꿈꾸는 건 댄서다. 그 꿈을 위해 정규직의 기회조차 내던진 롤라는 아랍 출신 친구 유세프(아치메드 아카비)를 통해 이스마한(카멘 레보스)의 영상을 보곤 아랍 전통 춤인 밸리댄스에 매력을 느낀다. 편지를 배달하다 알게 된 남자친구 잭(아사드 보우압)은 롤라에게 꿈을 포기하지 말라고 권유하지만, 막상 그녀가 정규직을 포기하자 이별을 고하더니 고향인 이집트 카이로로 돌아가 버린다. 남자친구를 쫓아 카이로에 간 롤라는 잭으로부턴 냉대를 받지만 이스마한을 만나 새로운 춤의 세계로 빠져든다.

 

<롤라>를 보기 전에 나는 이 영화가 <쉬즈더맨>과 같은 유쾌한 청춘물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굳이 비교하자면 <쉬즈더맨>이 아니라 같은 축구를 소재로 한 <그레이시 스토리>에 좀 더 가까운 영화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롤라>는 전체적으로 밝고 유쾌하며 경쾌하지만, 밸리댄스를 소재로 하는 로라 램지 주연의 영화라면 당연 그럴 것이고, 의외로 코미디적 요소는 찾아보기 힘들다. (거의 유일하게 폭소가 터지는 장면은 이스마한의 집에 돌을 던지는 소년들을 향해 롤라가 아랍어로 ‘사랑해’라고 외치는 부분이다)

 

장난기 다분한 영화를 예상했다가 나름 진지한 영화를 만나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나중에 확인해보니 상영시간도 생각보다 길었고 전체적으론 늘어진다는 느낌이다. 그건 무엇보다 스토리가 본격화되기까지 전사가 너무 길다는 점에 기인한다. 우체부 일을 하는 롤라, 우연히 마주친 잭에 반한 롤라, 친구의 소개로 클럽에서 춤을 추는 롤라, 그곳에서 잭을 만나 사랑에 빠지는 롤라, 카이로로 떠나가는 잭, 그 잭을 따라 카이로로 떠나는 롤라. 관객은 빨리 롤라가 밸리댄스를 추는 모습을 보고 싶은데, 영화는 자꾸 변죽만 건드린다.

 

어쨌거나 영화는 로라 램지라는 새로 떠오르는 풋풋한 신인의 매력을 최대한 돋보이게 하는 데 주력하는 듯 보이며, 이런 점에서만 보면 영화는 제 역할을 하고 있기는 하다. 로라 램지는 생각보다 어려운 배역을 맡아 충분히 역할을 수행해 냈을 뿐만 아니라 자신만의 매력을 발산하는 데에도 성공한다. 그런데 문제는 롤라의 통통 튀는 듯한 언행에서 매력이 듬뿍 묻어난다면, 실제 영화의 핵심인 밸리댄스 장면에서 주춤 거린다는 것이다.

 

정말 냉정하게 말한다면, 6개월 동안 밸리댄스를 배웠다는 로라 램지의 댄스 실력은 최고라 하기엔 부실하다. ‘열정은 넘치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는’ 댄스 실력은 이집트에서 최고의 자리에 올라선 롤라의 성공 스토리에 의문 부호를 남겨둔다. (이쁘지 않냐고? 물론 이쁘다. 로라 램지가 춤을 추는 데 이쁘지 않을리 있겠는가) 댄스 실력이 처지다보니 ‘롤라가 이집트에서 각광받은 이유는 실력 때문이 아니라 백인이 밸리댄스를 춘다는 희귀성 때문은 아닐까’하는 생각까지 들게 한다. 롤라가 춤추는 장면을 풀 샷으로 길게 보여주지 않은 이유가 춤 실력 때문 아닐까 싶은데, 그렇다면 편집으로 커버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은데, 댄스 장면의 편집도 좀 성긴 편이다.

 

좀 미흡하긴 하지만 로라 램지가 충분히 매력적인 배우인 건 사실이며, 또 그만큼 <롤라>도 열정과 매력이 담긴 댄스 무비로 부족함이 없다.

“너 자신의 나약함 속에 살지 마라. 네가 갈망하는 만큼 너의 힘은 생길 것이다”

 

※ 전문 밸리댄서가 추는 춤을 내가 평가할만한 입장은 아니고, 가수나 배우 중에선 콜롬비아 출신 가수 Shakira 공연에서의 밸리대스가 내가 본 최고의 밸리댄스다. 2004년에 발표한 라이브 앨범 [Live & Off The Record]의 첫곡인 <Ojos Asi>(영어로는 Eyes Like Yours>)를 부르며 추는 밸리댄스는 공연장을 열광의 장으로 몰아간다. Shakira 노래 중에 중동의 멜로디가 가끔 느껴지는 건 레바논 태생인 아버지의 영향을 많이 받은 때문이라 한다. ([Live & Off The Record] 앨범은 2002년 4월 22일 네덜란드 로테르담에 있는 'Sport Paleis Ahoy'에서 열린 공연 실황을 기록한 2장의 앨범으로, 한 장은 오디오용 CD이고 한 장은 DVD이다. DVD에는 총 15곡이 담겨져 있는 반면, CD에는 10곡만을 담고 있으며, 곡의 진행 흐름이나 구성도 DVD가 훨씬 훌륭하다. 따라서 가능하다면 꼭 DVD 공연실황을 보길 권한다.)

 


(총 0명 참여)
prettyaid
잘읽었어요^^   
2009-07-01 16:24
powerkwd
잘 읽고 갑니다 ^^   
2009-05-28 23:04
skh31006
보고 싶은 영화인데 후기 잘 봤습니다^^   
2009-01-25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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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라(2007, Whatever Lola Wa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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