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야, 너 아직두 <러브 앤드 섹스> 안 봤니? 내가 꼭 보라고 했잖아..." 며칠전 나의 친구 자성이...ㅋㅋㅋ...그녀는 어떤 얘기에 대해 나랑 같이 공감하고 싶은데, 내가 가끔씩 시큰둥하면 늘 이렇게 안타까워서 구박에 구박이다. 그래서 자성이의 강력 추천에 힘입어 영화마을에 가긴 갔는데, 제목이 요상해서(?) 그런지 역시나 요상한(!) 코너에 꽂혀 있는 게 아닌가? ...음...저걸 어떻게 집어야 할지 걱정이다...순간 나는 아주 뻔뻔한 척 야시시한 에로물 속에서 자연스럽게 <러브 앤드 섹스>를 꺼내는데 성공했다.
하하하...영화 보면서 계속 웃었다...고개도 끄덕이면서...사랑을 약간 가볍게 취급한 면이 없지 않아 있어서 조금 불만이었지만, 그래도 역시 여성감독이 만들어서 그런지 공감되는 부분이 더 많았다. 2000년 선댄스영화제에서 '프리스티지 월드 프리미어'에 선정되기도 한 이 영화는 발레리 브라이먼 감독의 연애경험담이라고 한다. 영화 속 여주인공인 케이트의 나레이션을 빌리자면, "왕자와 키스하기 위해선 수많은 개구리와 입을 맞춰야 한다." ...ㅋㅋㅋ...진짜 웃기지만 사실적인 표현이었다. <러브 앤드 섹스>는 어찌보면 '로맨틱 코메디'라기 보다 아주 '현실적'이다. 이 영화의 결론은 다양한 연애를 경험한 뒤에야 진정한 사랑을 얻을 수 있다...뭐...대충 이런 거다.
"오래된 부부의 ‘사랑해’라는 말은, ‘치즈 샌드위치’와 다를 바 없는거야." 라고 아담은 말한다. 어쩔 수 찾아오는 권태기...태초에 다르게 만들어진 여자와 남자의 심리...그건 아무리 사랑해도 결코 피해갈 수 없는 시험인가 보다. 요즘은 이런 생각을 많이 한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하자...사랑한다는 이유로 상대방을 내 방식대로 바꾼다는 것은 지나친 이기주의가 아닐까? 그 사람을 처음 사랑했던 그 마음처럼 변함없이 그를 인정하고 노력한다면 이별이란 없겠지.
그리고 이 영화를 보고 느낀 것은 얘기가 통하는 누군가와 함께 할 수 있다는 건 참 다행스럽고 행복한 일인 것 같다. 친구나 연인, 가족 등등 모든 인간관계에서 커뮤니케이션 만큼 중요한 건 없으니깐... 곰곰히 생각해보니...내가 이별한 건 사랑의 부족이 아니라 대화의 부족, 이해의 부족이었던 것 같다. 다음번 사랑이 찾아오면 그때는 지금 마음처럼 잘 해낼 수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