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낭소리 - 090109 씨너스 이수 시사회 / 민선이
Story...평생 땅을 지키며 살아온 농부 최노인에겐 30년을 부려온 소 한 마리가 있다. 소의 수명은 보통 15년. 그런데 이 소의 나이는 무려 마흔 살. 살아있는 게 믿기지 않는 이 소는 최노인의 베스트 프렌드이며, 최고의 농기구이고, 유일한 자가용이다. 귀가 잘 안 들리는 최노인이지만 소의 워낭 소리만은 귀신같이 듣고, 다리가 불편해도 소 먹일 풀을 베기 위해 매일 산을 오른다. 무뚝뚝한 노인과 무덤덤한 소지만 둘은 모두 인정하는 환상의 친구다. 그러던 어느 봄, 최노인은 수의사에게 소가 올해를 넘길 수 없을 거라는 선고를 듣는다.
- <워낭소리>팜플렛에서 발췌
아직도, 귓가에는 늙은 소의 워낭소리가 짤랑짤랑, 들려온다. 마흔 해를 살다 간 늙은 소만큼이나 나이를 먹은 그 워낭소리. 워낭이란 미소의 귀에서 턱 밑으로 늘여 단 방울. 또는 턱 아래에 늘어뜨린 쇠고리를 말한다.
할아버지를 닮은 소와 소를 닮은 할아버지는 해가 뜨면 일을 나가고 해가 지면 집으로 돌아온다. 그렇게 삼십 해를 함께 살았다. 할머니는 내가 서방을 잘 못 만나 맨날 일만 한다고, 저 양반 아픈 데도 일 나가는 고집쟁이라고 툴툴대신다. 할아버지는 말없이 소만 쳐다 본다. 소도 할아버지를 쳐다본다. 그러면 할머니는 또 대답 안 한다고 성화다.
다큐멘터리 <워낭소리>는 웃기고 슬프다.
찰영 내내 말 없는 할아버지 대신에, 할머니의 신세타령 입담이 너무 재미있다. 그래도 할아버지 돌아가시면 자기도 따라 가신단다. 80세 할아버지와 77세 할머니는 이젠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다. 그것은 늙은 소도 마찬가지다. 원래 보통 소의 수명은 15년 정도라는데 이 소는 맨날 할아버지와 매일 일하며 꼬박 사십 해를 살았다. 소 역시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다.
이 다큐의 찰영은 2003년부터 시작해서 2006년까지의 기록이다. 화면은 봄, 여름, 가을, 겨울에 차례차례 머무른다. 그리고 어느 날, 늙은 소는 결국 일어나지 못한다. 할아버지를 닮은 소가 죽으니 소를 닮은 할아버지의 바싹 마른 모습이, 아프다. 한쪽 다리의 힘줄이 오그라들어 절두거리는 할아버지의 발과 흙과 땀으로 더러워지고 닳아버린 소 발굽은, 할어버지가 옛날 남의 집살이 하던 습관이 있어 습관적으로 매일 일을 한다는 할머니 말처럼, 평생을 쉬지 않고 일한 고단한 발이다. 그것이, 그 상처투성이의 울퉁불퉁한 발이 예뻐 보이는 왜일까.
통통하게 살찐 내 발이 부끄러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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