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있는 게 죽어야 할 이유라니...★★★☆
이 영화는 줄거리라고 해봐야 별 다른 게 없다. 그저 집에 머물고 있는 두 남녀가 가면을 쓴 세 명의 괴한에게 서서히 위협을 당하고 끝내 죽게 된다는 것이다. 집에서 괴한들에게 위협을 당한다는 설정만 놓고 보면 독일 영화 <퍼니 게임>이 떠오른다. <퍼니 게임>에서도 그랬듯이 <노크>에서도 이유는 없다.
처음에 영화는 미국에서 실제로 이러한 사건이 많이 발생한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시작한다. 그게 정말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영화를 보는 사람에게 상당히 깊은 잔상을 남기게 되는 건 확실하다. 가장 안전하다고 믿는 공간인 집에서 이유도 모른 채 낯선 사람들에게 위협을 받고 살해되는 일이 다반사로 일어난다니.
<노크>는 평상시 우리 주위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소리, 예를 들면 노크소리, 장작 타는 소리, 벌레 소리, 나무 가구가 달그락 대는 소리 등이 얼마나 공포스러운지를 일깨워 준다. 즉, 이 영화의 공포 장치는 우선적으로 소리에 있다. 크게 똑똑똑 울려대는 노크 소리는 그 자체로 심장이 덜컥 내려앉을 만큼 위협적이고, 바람소리는 스산하다. 생각해보면 집에 혼자 있을 때 어디선가 달그락 대는 소리가 나면 등골이 오싹해 지면서 분명 혼자 있음에도 슬그머니 확인해 본 경험이 누구나 한 번 정도는 있을 것이다. 물론 소리만이 공포를 주는 건 아니다. 출연 배우들의 등 뒤로 아무 소리도 내지 않은 채 살며시 등장하는 가면 쓴 살인마들의 모습은 잠시 뒤에 벌어질 끔찍한 광경을 상상하게 만든다. 물론 실제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올드보이>의 오달수 말처럼 ‘상상은 사람을 두렵게 만든다’
<노크>의 최고 명장면은 크리스틴과 제임스가 의자에 묶여 있고 세 명의 괴한이 드디어 가면을 벗는 장면이다. 피해자들 앞에서 가면을 벗는다는 건 살려 두지 않겠다는 의미다. 아마도 그 사실을 깨달았는지 크리스틴은 가급적 시선을 부딪치지 않으려 고개를 숙이며 울부짖는다. “도대체 왜 이래요?” 세 명 중 한 여성이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대답한다. “집에 있어서” 세상에나. 집에 있다는 게 죽을 이유라니. 이거 정말 오싹하지 않은가.
※ 영화의 마지막에 크리스틴은 비명을 지르며 깨어난다. <퍼니 게임>보다 덜 비극적이긴 한데, 아마도 속편 제작을 위한 사전 장치였을지도 모르겠다. 바로 얼마 전 기사에 의하면 속편 제작이 확정되었고, 살아남은 크리스틴(리브 타일러)과 가면을 쓴 세 명의 괴한이 다시 출연한다고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