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Wall-E and Eve에게
지금 둘은 뭐하고 있니. 선장과 사람들은 잘 지내고 있겠지?
"모"는 여전히 깔끔떨며 지저분한 것들을 청소하고 있을 것 같구나. 모두들... 다시 지구로 돌아와줘서 너무 고맙게
생각해. 지금은 비록 먼지와 공해로 가득한 쓰레기 더미의 지구지만, 그래도 우리의 소중한 추억들을 품은 곳이야.
난 지금도 폐허속의 지구를 떠올리면 눈물이 나. 하지만 너희들 덕분에 안심이 되는구나.
Wall-E야...넌 그 어떤 영웅보다도 멋있고 사랑스러워. 네게서 사랑을 배웠다면 믿을 수 있겠니?
난 여지껏 이렇게 순수한 사랑을 보지 못했는데, 네게서 그걸 보았단다.
비록 기계의 심장이지만, 그리움에서 피어 오른 네 사랑을 따라가진 못할 것 같구나.
수백년동안 홀로 어떻게 있었니? 난 절대 그렇겐 못할 것 같다.
오즈의 마법사라 하더라도 네게 해줄 건 아무것도 없단다. 넌 이미 모든 걸 가진 것 같더구나.
Wall-E야 내게 기쁨의 눈물을 흘리게 한 기계는 니가 처음이야...가을과도 같은 오늘이지만 마음만큼은 온기로
가득차 버렸어. 고마워...나 이제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는 용기가 생겼어.
눈물이 나. 너의 눈을 보고 있으면 외로움이 가득차 보여 더욱 눈물이 나. 그래도 다행이야. 이브가 곁에 있어서.
안녕. 이브야. 넌 말이지.
효리보다 사랑스럽게 웃는 아이란다. 효리도 너의 스마일페이스 앞에선 두 손 두발 다 들
지도 몰라. 이건 칭찬이란다. 그런데 넌 너무도 똑 부러지는 아이더구나. 그래도 사랑스러운 건 인정할게...
네 피부는 아이팟처럼 부드러워. Wall-E가 그랬듯 나도 네 손을 한 번 잡아보고 싶을 정도야. 널 갖고 싶지만
Wall-E에게 양보할게. 나 지금 질투하는건가...흠...^^
그리고...Wall-E야...Eve야...
부디 부탁할게. 인간들의 욕망따위에 오염이 된 지금의 지구를 예전의 아름다운 지구로 다시 만들어 주지 않으
련...너무 큰 욕심같지만, 할 수 없단다. 난 지금 너무 바쁘거든. 하지만 날 다시 만날 수 있을거야.
용산 아이맥스로 꼭 널 만나러 갈게. 지금 이 순간도 너의 눈망울과, 이브의 사랑스러운 몸짓이 그리워서 못견딜
지경이니까. 내가 오늘 불면증으로 잠 못 이룬다면 순전히 니네들 탓이야.
Wall-E는 사랑이야기입니다. 웃음을 기대하셔도 좋고, 픽사의 재치를 느끼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Wall-E엔 사랑하는 방법이 들어 있습니다. 지금 누군가를 좋아하신다면,
Wall-E에게 카운셀러를 맡기셔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어요. Wall-E는 비틀어진 욕망으로 가득찬 지금의 우리를
부끄럽게 합니다. 물질주의와 편리함만을 꿈꾸는 우리를 보세요. 일회용컵과 젓가락을 적어도 일주일에 수 개에서
수십개를 쓰는 내 자신이 부끄럽네요. 오늘 문득 하늘을 보았습니다. 회색기운이 도는 구름속에서 수천만줄기의
산성비가 떨어지네요. 지금은 모두가 아직은 괜찮다고 말하고 있어요. 하지만, 아직은이라고 말하는 순간 이미
늦어지고 있는지도 몰라요. 기쁘게 영화를 가슴에 담고 왔습니다. 하지만 창문사이로 들어오는 스산한 바람때문에
마음이 답답해지네요.
그래도 Wall-E처럼 희망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고 싶어집니다.
지구는 수퍼맨이 지켜주지 못합니다.
지구는 우리가 지켜야할 커다란 과제더군요. 우린 사람과 돈에 치여서 지구의 존재를 망각하고 살아요.
오로지 자신과 자신이 살고 있는 국가만이 잘 되길 바라죠. 올림픽을 통해 여지없이 드러납니다.
오직 나, 오직 우리나라....
전 이렇게 말하고 싶네요....
"우리의 지구"라고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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