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무엇보다 임수정과 황정민의 베드신이 화제가 되었던 그 영화 <행복>. 수많은 임수정의 남성팬들은 황정민의 안티팬이 된다. 뭐 나는 임수정 그리 좋아하는 편이 아니니 뭐 그런가 보다 했다. 하지만 한가지 안타까웠던건 임수정이 또 병걸렸다는 것. 연약하게 생기긴했지만 왜 나오는 영화마다 뭐 하나씩 아파야하나... 아니면 파트너가 아프던지 죽든지...
사실 영화를 기대한건 임수정 보다는 황정민이었다. 여배우복이 많은 유부남 황정민. 부럽다... 이젠 뮤지컬에서
무려 9명이나... 유부남인데... 음... 뭐 여튼 각설하고.
개인적으로 많이 좋아하는 건 아니고 조금 좋아하는 황정민. 안봐도 뻔할 신파같은 이야기에 역시 임수정은 죽겠지? 라고 예상하지만 왠지 이야기가 알흠다울 것 같은 느낌에 끌렸다. 허진호 감독의 옛날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도 재밌게 보긴했지만 <외출>은 별로 안땡겨서 안봤던 터라 그건 좀 그랬지만...
서울에서 클럽을 운영하며 사는 영수(황정민). 장사도 망하고, 애인과도 헤어진다. 게다가 간경련때문에 시골 요양원으로 요양을 떠난다. 점점 요양원 생활에 익숙해질 즈음에 그는 요양원에서 8년째 지내며 그곳 업무도 하고 있는 은희(임수정)을 만난다. 영수에게 관심을 보이는 은희에게 그도 끌리고 결국 둘은 사랑하게 되고 요양원을 나와 둘이 같이 살게 된다. 영원히 행복할 것만 같던 둘의 삶에 조금씩 변화가 오는데...
<행복>이라는 제목은 영화의 내용에 반어적으로 보이지만 어떻게 보면 참 잘 어울리는 제목같다. 과연 행복이란 무엇일까. 어떻게 사는 것이 행복하게 사는 것일까. 영화의 본질은 그것을 물어 보는 것 같다.
<행복>이란 제목에 반항이라도 하듯 전혀 행복해 보이지 않는 영수는 요양원에 들어오면서 부터 행복을 찾기 시작한다. 그에게 관심을 보이는 은희에게 사랑을 느끼면서 이전의 삶과 작별을 고하는 듯 하지만 또다시 이전의 삶을 그리워하게 된다. 영수는 분명 행복을 찾았을 터인데 어찌하여 다시 타성에 젖었던 그때의 삶을 그리워 하는 것일까.
영수에게 헌신적인 은희는 영수와 같이 사는 것만으로도 행복이라 느끼며 돈이 없어도 그날 하루하루 행복하게 살면 그만이라고 생각한다. 돈이 있어야 행복하다고 느끼는 영수의 생각과는 행복의 가치관이 다르다. 영수는 은희와 같이 살면 분명 행복하다는 것을 알지만 이전의 수십년간 살았던 그의 삶의 방식은 버리지 못한 모양이다.
행복해지고 싶은 두명을 붙여놓긴 했지만 그'행복'이란 것을 추구하는 방식이 다른 둘은 행복하지 못하다. 영화보다보면 영수가 정말 못되보인다. 하지만 그것이 영수가 바라는 행복을 찾기위한 방법일지도 모르겠다. '사랑, 그 잔인한 행복' 영화 보고나니 그 카피라이트가 후다닥 와서 꼽힌다.
황정민은 연기의 폭이 넓다. <달콤한 인생>의 냉혈한 부터해서 <너는 내 운명>에서는 순박한 노총각, <사생결단>에서는 지독한 비리 경찰, 그 밖에 <천군>, <슈퍼맨이었던 사나이> 등등에서 못되고, 착하고, 순하고, 정의감 넘치고, 지독하고, 정신나간(?) 연기 등을 하는 그다. 그렇다고 무엇하나 허술한 연기는 없었다. <행복>에서도 그렇다. 어떤 캐릭터에 가져다 놔도 소화되는 외모도 그렇고 캐릭터의 소화력도 좋고. 임수정도 좋았지만 또다시 환자역이다. 이제 그만 명랑소녀역을 해볼만도 한데...
개인적으로는 큰비중은 없었지만 좋은 연기 보여준 박인환이 인상깊다. 역시 연기 베테랑.
<행복>이란 제목과는 달리 행복하지 않은 <행복>. 과연 진정한 행복은 무엇일까 하는 그런 생각이든다. 영수처럼 돈을 가지고 여기저기 쓰면서 하고 싶은 대로 사는 것이 행복일까. 아니면 은희처럼 사랑하는 사람과 하루하루 행복하게 사는 것이 행복일까. 감독은 영화의 결말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어느정도 피력한다. 어느것이 정답일지는 영화를 보는 사람 스스로가 생각해볼 문제지만.
그나저나 임수정과 황정민은 아무리봐도 연인으로는 안어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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