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무어 감독의 "식코"를 보고 난 뒤, "관타나모로 가는 길"을 꼭 봐야겠다는 생각을 해왔다. "식코"에 보면 관타나모 수용소의 의료 시설이 매우 훌륭한 것처럼 소개되는데, 그걸 곧이 곧대로 믿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자국민을 대하는 데 있어서도 심히 불공평한 미국이란 나라가 테러 용의자들의 인권을 존중하고 있다는 말을 어떻게 믿겠는가.
"관타나모로 가는 길"은 실존 인물들의 증언과 재연된 영상을 교대로 보여주며 진행된다. 생소한 파키스탄 식 이름은 외우기 어려웠고 재연배우와 실존 인물의 얼굴은 구분하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그건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영화가 무엇을 말하려 하는지, 어떤 내용인지를 아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다.
아랍계 영국 청년 네 명이 결혼식 때문에 방문한 파키스탄은 아프간 공습 문제로 들끓고 있었다. 아프간의 상황을 두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던 네사람은 아직 공습은 멀었다고 생각하며 위험한 여행을 감행한다. 그러나 그들이 아프간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공습이 시작된 후였고, 파키스탄으로 되돌아가는 귀로는 엉뚱한 방향으로 꼬여간다. 급기야 한명의 친구를 잃은 세 사람은 탈레반 용의자로 지목되어 관타나모 수용소로 이송되는 처지가 된다. 그들은 이제 영국인도 파키스탄인도 아닌 알 카에다 용의자로서, 인간 이하의 대우와 가혹 행위의 대상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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