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클로버필드에 대한 기사와 수많은 네티즌 리뷰를
눈뜬 장님마냥 힘들게 외면해가며 참고 참다가
드디어 오늘 클로버필드를 보게 되었습니다.
보고난 감상을 적어 내려가려니 손이 다 떨리는군요.
제가 본 클로버필드는 정말이지...실제상황이었습니다.
많은 영화감독들이 영화속의 것들이 진짜처럼 보이길 원하죠.
배우들에게 진짜 같은 연기를 요구하고
진짜 존재할 것 같은 괴물에 대해 고민하고
진짜 같은 컴퓨터그래픽을 위해 무너지는 건물들은 실제 존재하는 건물들을 모델로하죠.
그리고 또 진짜 같은 액션. 옹박이 생각나는군요.
그래서 진짜같은 리얼한 연기를 하는 배우는 관객들의 찬사를 받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꿈의 공장 할리우드가 가진 자본과 기술. 시나리오가
집약된 한없이 리얼에 가까운 영화를 완성했다고 생각합니다.
이 영화는 영화의 영원한 꿈인 '진짜'. 그 리얼에 대한 욕망의 끝입니다.
매트릭스가 벌써 몇년전이죠?
10년이 넘었나요?
전 매트릭스를 처음 봤을때 그 놀라움을 다시금 느꼈습니다.
[글재주가 없어 이 기분을 다 표현하지 못해 아쉽네요.]
흔히 매트릭스가 영화사에 길이남을 액션영화의 전환점이 되었다고들 하죠.
이 영화. 그에 못지 않습니다.
블록버스터라는 영화의 장르적 특성에서 벗어나
과감히 처음부터 끝까지 1인칭시점을 사용하다니.
그 점부터 대단한 시도라고 생각합니다.
데이빗 핀쳐감독의 에이리언 3 가 나왔을때
사람들은 모두 이 천재감독에게 놀랐죠.
이제까지 수많은 괴물영화가 나왔지만
관객들이 괴물의 시점으로
자기가 먹어치울 도망가는 사람을 본적은 없었습니다.
에이리언 3 부터 시작된거죠.
먹잇감을 쫓아가는 재빠르고 그 긴박한 에이리언의 시점은
그때 당시 정말 파격적인 시도였습니다.
물론 클로버필드의 1인칭시점. 핸드헬드. 페이크다큐멘터리 라는
이런 시도는 처음은 아닙니다.
블레어위치라는 잘 만든 저예산 영화가 처음이었지요.
블레어위치는 저예산 영화라는 점에서 볼 수 있듯이 어느 정도 실험이 가능하죠.
아니. 실험성이 저예산 영화들의 '혼'일지도요.
하지만 클로버필드 경우는 좀 다릅니다.
블록버스터라는 메이저 영화의
실패가능성 제로의 안전한 형식
그리고 어쩌면 고루하다 할 수 있는 그 형식을
깨는 건 정말 어려웠을 겁니다.
제작자들은 분명 기겁을 했겠지요.
감독이 '이 영화 핸드헬드로 찍겠습니다!'라고 했을때;
많은 분들이 멀미난다고 하시는 데 그 핸드헬드덕에
이제는 식상해서 멀미나는
증명사진 찍듯 정면으로
그리고 곶고 바른 모습으로
무너지는 건물 장면 따위는 없습니다.
오히려 찍는 사람이 놀라자빠지면서도 눈을 떼지못하고 찍는 장면의 연속입니다.
너무 놀라서 캠코더가 내팽겨쳐질때도 있습니다.
관객들은 그럴수록 스크린에 눈을 고정합니다.
무섭지만 궁금한 것.
공포의 대상을 확인하고자하는 건
영화에서 캠코더를 든 사람이나
관객들이나 똑같아집니다.
여담이지만 저는 손에 땀이 어찌나 많이 나던지요.
사들고 들어간 콜라와 팝콘은 영화 시작 5분후 아예 눈밖에 나버렸습니다.
영화의 매순간이 중요해서
'지금 팝콘이 입에 들어가?!' 하는 초집중력으로 이 영화에 보답아닌 보답을 했습니다.
또 음악과 소음으로 기분 나쁘게 혹은 무섭게 만드는 영화들이 있는데
그런 영화는 귀를 막으면 땡이죠.
화면만 보면 그다지 무섭진 않습니다.
하지만 클로버필드는 실제상황을 전제로 했기 때문에
영화에서 음악은 아주 잠깐입니다.
영화시작후 파티장면때문에 5분정도?
그리고 영화가 끝난후 자막이 오르면서 음악이 나올뿐.
그럼에도 적재적소에
배치된 효과적인 사운드가 긴장감과 공포심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게 합니다.
이 정도로 사람을 쉽게 놓아주지 않는 롤러코스터가 있나 싶을정도로
사운드와 화면은 긴장감을 늦출수 없게 합니다.
저는 이점에서 영화의 러닝타임이 요즘 영화에 비해 다소 짧다는 것에 감사했습니다.
롤러코스터를 100분이상 타면 미쳐버리겠죠.
시기적절하게 태어나서
영화관에서 큰 화면과 좋은 사운드시스템으로
영화를 보고 있자니 저는 이것도 복이구나 싶더군요.
뭐 늦게 태어나서
'이모가 재밌다던데 옛날 영화 클로버필드 나 볼까' 하며
집에서 TV로 봐도 재밌긴 하겠지만.
분명 늦게 태어난게 억울했을 겁니다.
역시 영화는 영화관에서 보는 게 최곱니다. :)
특히 이 영화를 볼까 말까 고민하시는 분들이라면
일단 반드시 영화관에서 보시길 바랍니다.
영화를 보고 역시나 반응이 갈릴지언정
이 역사적인 실험블록버스터 영화를 보고난 뒤
같이 본 사람과 '나는 이랬다.' '그래? 나는 그렇던데.' 하며
얘기하는 것도 영화가 줄수있는 하나의 재미가 아닐까요?
+
영화를 보면서 많은 분들이 얘기하시는 것처럼
9.11 테러가 생각났습니다.
그때 고등학생이었는데
학교에서 수업중에도 잠깐
선생님이 TV를 틀어서 뉴스를 보여주셨었거든요.
입을 헤 벌리고 뉴스에서 반복재생되는 건물붕괴 장면을 보면서
다들 '우와. 진짜 영화같다.' 를 연발하면서도 어쩐지 좀 가짜같다는 기분이었습니다.
근데 오히려 이 영화는 '우와. 영화같다.' 같지 않고 진짜 같더군요.
이 영화의 장점인 현장감때문일까요?
매스미디어에 학습된 결과일까요?
++
뉴욕과 전혀 관계없는 저도 이렇게 실감나게 봤는데
뉴욕에 사는 사람들은 어떨까요? 허허허
그 점은 좀 부럽습니다.
뉴욕을 배경으로 한 영화가 만들어지고
환타스틱한 장면들을 본다는 것 말이죠.
지난해말 이슈였던 '나는 전설이다.'가 그렇고 '클로버필드'가 또 그렇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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