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감독의 전작인 In this world 의 감동이 채 잊혀지지 않은 시점에서
이 영화를 만난 건 행운이었다.
마이클 윈터바텀이란 사람을 정형화 시켜버릴 뻔 했던 실수를 피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관타나모로 가는 길은 예전 그의 작품보다는 비극성이 덜 하다.
중간 중간 사람들의 폭소를 자아내지만 그렇다고해서 그것이 영화 전체를 웃기게 만들진 않는다.
가벼운 듯 가볍지 않으면서 할 말을 다하는 이 영화가 어쩐지 반갑기만 하다.
초반에 특정 주제에 집착하여 감정이 함몰되어버리진 않을까 했던 걱정이 깨어진 순간이었다.
인권이라는 배부른 단어를 꺼낼 수 조차 없는 전쟁이 두렵다.
그 실상을 교묘하게 조작할 수 있는 언론이 두렵다.
그 모든것들을 중계해 주지만 그 이상의 역할을 하진 못하는 매체가 두렵다.
그리고 타인을 짓밟을 수 있는 직접적 힘을 가진 인간이 두렵다.
영화관에선 웃었지만 두려움은 가시지 않고 증폭되었다.
지금 이 순간조차도 우린 움직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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