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그해의 문화 키워드는 ꡐ조폭ꡑ이었다. 우스꽝스럽고, 인간적이고, 멋지고, 진정 사랑할 줄 알고, 의리에 죽고 사는, 폼생폼사의 대명사 ꡐ조폭ꡑ, ꡐ돈키호테ꡑ에 가까운 칭호를 받으며 대중의 카타르시스로 자리매김한 그를 탄생시킨 장본인은 영화였다. 스크린은 그를 다양하게 변주하여 조직폭력배에 대한 기존의 인식을 뒤엎는 신선함으로 관객을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고, 그는 영화 속 세계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흥행코드가 됐다. 한동안 그의 위세는 거칠 것이 없었다. 그러나 작년, 봇물 터지듯이 양산된 조폭 영화는 가파른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고, 올해 ꡐ조폭 마누라 2ꡑ의 실패는 조폭 천하의 종말을 선언한다.
올해도 여전히 코미디 장르의 범람은 계속됐다. 그러나 상향 평준화된 관객의 눈높이는 과거처럼 어설픈 코미디에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그 대신 7,000원 값어치를 하는 영화를 골라낼 줄 알게 되면서 장르와 유행에 치우치지 않는 합리적인 소비 행태를 보였다. 자연히 특정코드, 장르의 득세는 자취를 감추고 다양한 장르의 영화들이 골고루 사랑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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