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우는 이곳이 영.. 탐탁지 않습니다. 텔레비전도 나오질 않고, 꼬꼬댁으로 만든 켄터키후라이드 치킨도 먹을 수 없습니다. 유일한 낙인 오락기 밧데리가 떨어지자 그것 조차 못구하니 한마디로 상우는 죽을 맛입니다.
소식도 끊고 살던 딸이 갑자기 맡긴 손자 상우. 할머니는 상우에게 잘 해주고 싶습니다. 그러데 해줄게 없는 것 같습니다. 꼬꼬댁 요리를 해달라길래 백숙을 끓여줬더니 이게 아니라며 상우는 울어버립니다. 머리를 요만큼만 잘라달라길래 요+요만큼 잘랐더니 이것도 뭐가 잘못되었는지 울어버립니다. 하지만 할머니는 상우에게 무엇이라도 해주고 싶습니다.
사랑을 전하는데는 말이 필요한게 아닌가봅니다. 말못하는 할머니. 그리고 짜증내고 투덜거리기만 하는 상우 그들의 모습을 보세요. 무한한 사랑이 무언지 아실 수 있을겁니다. .............................................................................................................................
미술관 옆 동물원의 이정향 감독의 두번째 영화 '집으로.. ' 몇달전 잡지에서 집으로..에 대한 기사를 읽으며 생각했다. 미술관.. 찍은 감독의 두번째 작품으로는 참 의외다. 다큐멘터리 한편 나오는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극장을 나오며.. 역시 이정향 감독이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술관 옆 동물원과의 연관성?? 그게 뭐라고 딱히 설명할 수 없지만 하여튼.. 이정향 감독 다웠다.
투덜거리는 조금은 버릇없는 영락없는 도시아이 상우..... 미안하다는 표현을 할머니 만의 언어인 가슴을 손으로 둥글게 쓰다듬으시는 외할머니.
그들의 유쾌,상쾌하던 기막히 동거의 끝은 우리의 눈물샘을.. 감정샘을.. 자극한다.
자신이 서울로 돌아가게 될 것을 안 상우는 글을 모르는 할머니에게 글을 가르치다 포기하고
" 할머니 많이 아프면 그냥 아무것도 쓰지말고 편지 보내. 알았지? "
라는 말을 하며 울먹이는 상우. 전화도 안되는 두메산골.. 그곳의 연락망은 편지뿐인데 할머니는 글을 모르시니 상우는 답답하다. 너무 마음이 짠..한 상황인데 너무나 연기를 잘하는, 어쩌면 연기가 아닐지도 모르는 상우(유승호)의 연기에 대한 놀라움도 절로 느껴진다.
떠나기 전 아끼던 로봇엽서에 아플 때 보낼 엽서, 보고싶을 때 보낼 엽서를 만들어 그림과 내용을 모두 적은 것을 할머니께 드리는 상우.
너무 순박하고 이쁜 영화 집으로... 또 하나의 다큐멘터리를 예상했던 내게 '집으로..'는 따스한 진짜 영화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식스센스의 조엘 오스먼트가 부럽지 않은 우리의 상우! 연기를 어찌나 잘하는지...어찌나 귀여운지.. 정말 잘한다. 물론 다른 분들도 마찬가지이다. 유일한 배우(?) 상우에게 절대 뒤지지 않는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줬으니..
내가 왜 영화를 좋아하는지..... 아니.. 영화를 좋아하는 또 하나의 이유가 될 수 있는 영화와의 만남. 돌아오는 버스 안.. 내가 만든 영화도 아닌데 괜시리 뿌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