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시작은 차 안에서 두 주인공이 바라본 도로의 풍경이다. 그리고 영화의 마지막은 아이들 세례식(첫 영성체?)에 몰려든 사람들의 모습으로 끝을 맺는다. 이들은 모두 조이스와 조이스 부인이 이탈리아 여행을 하면서 눈으로 보게 되는 풍경들이다. 그런데 이 두 풍경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영화의 시작에서 조이스와 조이스 부인이 바라본 도로의 풍경은 차를 타고 갈 때 그저 눈을 두게 되는 풍경에 지나지 않는다. 인간은 눈을 감지 않은 이상 시야에 항상 무언가가 들어오게 마련이다. 두 인물은 어떤 의도를 지니지 않고, 차를 타고 가며 전방의 풍경을 바라볼 뿐이다. 물론 조이스와 조이스 부인 둘 다 운전을 하게 되면 앞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단지 운전의 안전을 위한 보기의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영화의 마지막 풍경은 단순히 눈에 보이는 풍경이 아니다. 그 풍경은 멀어졌던 사랑을 재확인하는 두 주인공을 흐뭇하게 지켜보는 풍경이다. 보이는 대상이 아닌 보는 주체인 것이다. 그렇다면 영화의 전 과정에서 어떤 일들이 있었기에 이러한 변화가 있었던 것인가? 조이스와 조이스 부인은 호머 삼촌이 남겨놓은 집을 팔기 위해, 이탈리아로 차를 타고 온다. 관광의 목적이라기보다는 집을 팔기 위한 목적의 여행인 것이다. 이들에게 특히 조이스에게 이탈리아는 지루하고 시끄러운 곳이다. 이탈리아라는 나라와 사람들에 대해 별 관심이 없다는 이야기다. 그러므로 당연히 이탈리아의 문물, 풍경, 역사에 대해 관심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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