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누아르의 아버지가 유명한 인상파 화가 오귀스트 르누아르라는 점을 봐도 그가 예술적 삶을 살았다는 것은 자명하고, 그의 영화에도 이러한 예술의 영향이 지대했다. 그의 삶 자체가 예술에 둘러싸여있기에, 영화 속 등장하는 인물들도 예술을 즐기는 것 같다. 여주인공인 크리스틴을 오스트리아 빈에서 태어나 아버지가 유명한 오케스트라 지휘자이어서, 예술적 삶을 살아온 것으로 설정한 것도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참고로 르누아르는 크리스틴역을 맡은 여배우를 좋아했다고 한다) 영화 중후반으로 가면 상류층들이 모여 피아노 음악과 함께 연극과 공연을 선보인다. 예술이 삶의 일부였던 르누아르. 문화의 향유층인 상류층들의 삶에 예술이 차지하는 비중은 클 것으로 생각된다. 그들의 일상에 예술은 하나의 유희로 깊이 침투해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재밌는 점은 공연을 온전히 다 보여주지는 않아도, 여러 공연에 걸쳐 다분히 길게 보여주는 것이다. 마치 공연을 관람하는 관람객의 위치에 카메라를 위치시키고 말이다. 이 점은 르누아르가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 연극, 음악, 회화, 문학 등 예술을 종합적으로 담아냈다는 설명을 증명하는 사례다. 예술 자체가 삶의 일부이기에, 영화라는 매체의 러닝타임 안에 비중 있게 그것을 담은 것이다. 공연의 내용 자체가 극의 진행에 어떤 기능을 하거나 영화 전체의 주제를 대변하지도 않는다. 프랑스 상류층의 이야기를 다루면서 그들의 예술적 관심과 행위를 담지 않는다는 것은 리얼리티에서 벗어난 것이기도 하다. 그런데 더욱 재밌는 점은 상류층들이 펼치는 공연처럼 영화 전체의 이야기가 하나의 연극 같다는 것이다. 공연을 안 할 때의 이들의 일상과 대화들은 마치 하나의 부조리한 희극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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