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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울]<집으로...> 외할머니의 집은 어디인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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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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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외할머니의 집은 어디인가요?
외할머니...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90도에 가깝게 굽은 허리에 두 손을 얹고 어린 외손녀가 시골의 돌길에 행여나 넘어질세라 바쁜 걸음으로 뒤쫓아 오셔선 가죽만 남은 거친 손으로 나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던 그분. 지금은 90세에 가까운 나이로 집안에서만 지내신다는 소식만 들을 뿐 애써 찾아뵈려고 하지 않았던 나... 뭐가 그리 바빴는지.. 영화 <집으로...>를 보며 나의 외할머니와 너무나 닮은 김을분 할머니의 모습에서 옛 기억들이 낡은 흑백사진처럼 떠오른다.
여자에게 있어서 어머니는 평생의 친구이자 큰 언니이다. 결혼전에는 어린딸이 안스러워서 보듬어 주고만 싶은 큰 언니이고 결혼후에는 자신과 닮은 삶을 살아가는 어머니가 된 딸에게 동시대를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 자신의 경험담과 조언을 아끼지 않는 친구이다. 삶에 치여 친정식구들을 등한시하여도 서운해 할 어머니는 없을 것이다. 그런 딸이 가여울뿐~~~~
<미술관 옆 동물원>의 이정향 감독의 새 작품 <집으로...>는 햄버거 세대인 우리가 잊고 살았던 내 어머니의 어머니인 그분을 통해 정과 사랑의 의미를 재조명해 본다.
어느 날 불쑥 찾아온 딸.. 19살에 가출하여 홀로 낳은 아들을 데리고 와서는 얼마간 맡아 달라는 딸의 부탁에 시작된 손자와의 동거. 깊숙한 산골마을에서 77살의 외할머니와 7살 상우의 보이지 않는 귀여운 생존 전쟁(?)이 벌어진다.
여성감독 특유의 섬세한 연출력과 작은 소품 하나에까지 귀기울인 흔적이 역력한 감성 드라마 <집으로...>는 외할머니가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하고 눈물지을 수 있는 밝고 명랑한 영화이다. 특히 연기에는 전무한 경력을 갖은 외할머니의 역의 김을분 할머니에게서 머리로 느끼는 연기가 아닌 가슴으로 느껴지는 연기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집으로...>에서 영화 내내 등장하는 많은 소품이 주는 의미는 특별하다. 햄, 치킨, 콜라, 게임기로 대표되는 손자와 김치, 백숙, 비녀, 고무신의 외할머니의 사고 방식의 차이로 벌어지는 갈등,,, 그리고 손자에게 초코파이와 천원짜리를 건네는 고목 같은 손과 아끼던 그림엽서를 할머니에게 건네는 작고 고운 손자의 손이 주는 화해의 의미는 모두 이 작은 소품으로 배우들의 심리를 표현하였다.
극중에서 외할머니는 말을 하지 못한다. 손자와의 아득한 세대차이를 극복할 유일한 수단도 없는 상황에서 그들이 통할 수 있는 방법은 오직 제스쳐와 눈빛을 통한 교감뿐이다. 아마도 이것은 말로써 직접적으로 알아 가는 것보다 서로에 대해 더 친근한 유대감을 유발할 수 있고 말조차 필요 없는 핏줄로 맺어진 관계를 더욱더 부각시킬 수 있다. 또한 말을 하지 못하는 나약한 어머니... 할 말 조차 할 수 없는 우리네 어머니를 대표하는 의미의 설정이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시골 산골마을에 갑자기 나타난 서울소년과 백발이 무성한 외할머니의 말이 필요 없는 길지도 짧지도 않은 명랑, 유쾌, 흐뭇한 생활이야기... 자신도 모르게 번지는 입가의 미소와 눈가를 촉촉히 적시는 눈물을 보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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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2002, The Way Home)
배급사 : (주)팝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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