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걸 체념한듯한 표정으로 창밖에 시선을 꽂은 여자.. 신형 게임기위로 손가락이 분주한 아이의 확인을 하는듯한 계속된 질문과 성의없이 돌아오는 여자의 대답...'
19살 집을 뛰쳐나갔던 딸네미는 어느새 성년이 되어 존재도 모르고 지냈던 외손주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온다.
딸은 어머니에게 잘 포장된 속옷세트와 보약을 남기고.. 아이는 콜라며 초코렛이며 햄종류의 인스턴트 음식들을 전리품인냥 자기 앞으로 챙겨 놓는다. 직장이 잡히면 아이를 데리러 오겠다며.. 확답처럼 말을 건네고는 딸은 다시 그곳을 떠나고.. 흙먼지 훌훌~ 날리는 그곳엔 처음 대하는 할머니와 손주가 마주한다.
화면가득 채워지는 할머니의 무표정한 얼굴과.. 멀쭝하니~ 한발치 뒤에서 그를 지켜보는 아이..
영화는 그렇게 시작된다..
시끄러운 경적소리나 반듯한 도로포장과는 전혀 인연이 없는듯한.. 구불구불 돌아 올라간 흙먼지나는 비포장도로와.. 약간은 기우뚱~ 터를 잡고 올라앉은 오래된 너와집.. 그리곤 아직 돌틈으로 흐르는 시냇물이 싱그러운 산골 외딴곳...
과연 '집으로..'라는 제목은 무엇을 말하는것일까..? 할머니를 한결 같으면서도.. 전혀 앞으로 나서지도 그렇다고 부족하지 않은 사랑으로 대변되는 항상성이라한다면.. 아이는 영화도입부에 보여지듯이 게임기나 인스턴트음식들로 대변되는 한계성을 이야기한건 아닐지..
신형게임기, 인스턴트음식들, 장난감, 카드 그리고 롤러블레이드.. 게임기는 밧데리가 없으면 돌아가지 않고.. 인스턴트음식은 그 외진 산골에서는 공급이 쉽지 않은.. 롤러블레이드 역시 평평한 도심의 잘 닦여진 길위에서가 아니면 타기 힘든.. 그러한 한계를 가지고 있는 그 모든것들은.. 혹시 요즘의 세태를 반영한 것들이 아닌지..
하지만 둘은 한지붕아래에서 생활을 하며 서로의 영역속으로 조금씩 스며들기 시작한다.
맨처음 매개체로 등장하는 손전등.. 작은키에 까치발을 하고는 허공에 허우적대는 손주의 등너머에서 굽은 허리를 펴곤 선반위의 손전등을 내려주시는 할머니... 요강.. 손주는 화장실에 가지 못하고 요강에 일을 보면서 할머니께서 지키게 한다. 그러면서 그들의 거리는 조금씩 좁혀들기 시작하지만..
할머니에 대한 손주의 냉대와 천시는 끊이질 않는다. 벽에 할머니에 대해 심한 낙서를 해대는 손주와.. 아무렇지도 않은냥 실을 꿰어달라며 바늘과 실을 넘겨주시는 할머니.. 혼자 놀이를 하다 지쳐 잠든 손주의 장난감을 이리저리 만져보시다가는 결국 자신만의 놀이(?)로 바꾸어 버리시는 할머니..
장난감과 인스턴트음식이 있는 동안.. 손주는 철저히 자신의 성에서 자신만의 삶을 구축하지만.. 그 한계에 도달하면서 손주는 서서히 할머니의 영역안으로 파고들기 시작한다.
자꾸 말이 새기 시작하네. 아무래도 오랫동안 영화를 안봐서 그런거 같다... ^^;;
이 영화는 386중에서 나같은 컨츄리(?)들이라며 공감할 수 있는 그러한 이야기인것 같다. 나 역시 어린시절 송아지한테 쫓겨 탱자밭으로 도망쳤던 경험이 있는지라.. ^^;; 영화속에서 보여지는 시골정취들이 걸름망을 걸치지 않고 모두 내 속으로 스미는 듯한 착각에 빠졌었다.
한결같음의 미학속으로 빠져드는 한계성의 붕괴는 보는 듯한 영화... 오랫만에 가슴 저리며 훈훈한 이야기 속으로 빠져드는건 어떨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