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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늑대 - 人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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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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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defe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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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12-03 오전 12:29:5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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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속에서 들려오는 여러 명의 숨가쁜 군화 소리.. 저 너머에 붉게 빛나는 야투경의 눈.. 표정이라고는 존재할 수도 없는 마스크의 얼굴들.. 손에는 대포에 가까운 중기관총..
금번에 일본 만화영화 2호로 수입되는 '인랑'을 시사회에서 보았습니다. 세간에는 '공각기동대'에 빛나는 오시이 마모루 작품이라 하여 매체마다 '포스트 미야자키'는 오시이 마모루라 떠들어대고 있는데..
아시는 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이 만화의 감독은 오시이가 아닙니다. 감독은 다른 사람이고 제작을 오시이가 했지여.. 우리나라의 최고 감독이라 생각하고 있는 모감독이 떠오르는 군여..^^ 하지만 오시이 사단의 멤버가 많이 가세했기 때문에 그들 특유의 맛을 느끼는 데는 별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제가 이 만화의 이름만 많이 들었지.. 실제로 알고 있던 것은 잔혹한 만화라는 거.. 그거 하나 밖에 없습니다. 글구 저와 같이 이 작품을 보게된 후배는 아무 것도 모르고 있었고여.. 늑대인간과 헷갈리기까지 하였습니다. 보름달 운운하면서...-_-; 그래서 제가 친절하게 인간 늑대지, 늑대 인간이 아니다..라고 말 해 주었습니다. 별 생각없이 했던 위의 말이 나중에 나름대로의 의미를 가질 줄은 저도 몰랐구여.
인랑의 배경은 과거의 일본입니다. 시간상으로는 60년대 쯤? 70년 대 초반? 그런데 특기할만한 것은 실제 일본의 과거는 아니라는 겁니다. 쉽게(?) 말해서 '평행공간'? 그러니깐... 전후 일본의 과거가 가질 수 있는 하나의 가능성이라구 해 두져..
당시는 민주화? 공산화?의 열풍이 뜨겁더 시기였구.. 만화에서도 반정부세력의 시위를 진압하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대치하던 시위현장에서 누군가가 전경들을 향해 폭발물을 던지고.. 그것은 강경진압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었습니다. 그 가운데서 주인공의 만남은 싹을 틔웁니다.
사족입니다만, 그 첫 장면들에서 아키라의 느낌을 무척 많이 받았습니다. 시위장면, 진압장면.. 그리고 붉은 옷을 입구 도망가는 소녀.. 음.. 그래두 퀄리티 면은 아키라 쪽의 손을 들어줄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제가 워낙에 인상적으로 보았기 때문이져...^^
남자주인공은 특기대-치안을 담당하는 무력조직의 일원인 '후세' 그는 반정부조직의 운반을 담당하는 10대 소녀 일명 붉은 망또-아까즈끼를 쫒습니다. 그런데 붉은 망또를 궁지에 몰아넣고 차마 발포하지 못하는 그의 눈 앞에서 소녀는 자신이 들고 있던 폭발물의 뇌관을 작동시켜 죽고 맙니다. 그는 그 충격으로 훈련소로 강등되고, 그 소녀의 납골당을 찾아갔을 때, 소녀의 언니라는 여 주인공을 만나게 됩니다..
결국 이야기는 어찌 저찌하여.... 남, 여 주인공 간의 사랑. 그들을 둘러싼 암투. 그로인한 전투.. 마지막으로 슬픈 결말을 맞게 되지여.
이 만화영화를 보면서 계속 머리속에서 떠나지 않았던 생각은... "과연 우리에게 무엇을 보여주고 싶은 것일까?"라는 것입니다.
이 만화를 사랑의 영역에서 보자니 너무 밋밋하구.. 액션만 골라 보자니.. 그도 점 약하구.. 미스테리적인 측면을 생각하자니 쉽게 예상할 수 있는 결말로 가는 것이 맥 빠집니다.
물론 이 만화영화 굉장히 잘 만든 작품입니다. 그 장점에 대해서는 밑에서 자세히 말하겠지만... 제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수병위인풍첩'이 참패한 이 상황에서 2번째 일본 만화영화가 가지고 있는 매력이 무엇인가? 라는 것이져.
그래서 위에 이야기한 이도 저도 아닌 색깔이 아쉽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보고 좋아하기에는 너무 "끈끈함"이 없슴다. 사랑을 하고 싶으면 눈물 찍 나올정도로 끈끈하게 가던가.. 왜, 우리의 "이래도 안울꺼냐?" 영화 있잖습니까.. 그런 거 정도로.. 하지만 그들의 슬픈 사랑에 눈물 흘리는 사람 아무도 못 봤습니다.
액션을 하구 싶으면 진짜 이게 꿈이야 생시야 할 정도로 다 때려 부수던가. 흔히들 블록 버스터라는 넘들 울고 갈 정도로.. 기술은 충분히 되는 넘들이니까.
아니면 '유주얼 서스펙트' 뺨 치도록 뻑가는 반전을 준비 하던가. 그것도 아니면 미야자키 마냥 자연보호라두 낑겨 넣던가..
너무 내용이 평이합니다. 끈쩍끈쩍 함이 없습니다. 아마 무슨 큰 변이라두 일어나지 않는 이상에는 흥행 성공은 어렵지 않을까.. 단지 좋아하는 사람들은 무척 좋아할 만한 작품임에 틀림없습니다만.
사람들이 누누이 말하는 오시이의 대표작, '공각기동대'에서 제가 젤 놀란 것은 기독교인의 뒷통수를 때리는 발칙한 상황설정도 아니고, 쿠사나기의 홍길동 마냥 날라다니는 액션도 아닙니다. 바로 홍콩의 실제를 배경으로 했다는 실감나는 화면이었지여.
솔직히 인랑도 인물 디자인에 있어서는 점 갑갑한 것이 사실입니다. 인물이 너무 평면적이고, 성의없어 보일 정도로 명암이 약합니다. 그것이 훌륭한 배경에 떠서 되려 합성 영화인지 의심할 정도니까여. 더 나아가 인물의 감정표현도 너무 약하게 되어있다는 느낌 받았습니다.
하지만 그 배경 만큼은 정말 죽여줍니다. 과거 일본의 모습을 약간 변형하여 만든 배경은 실감면에서 역시..를 연발케 합니다. 특히 밤풍경을 무척이나 잘 만드는 그들입니다.
그리고 메카닉도 칭찬을 안 할 수가 없더군여. 그넘들이 하두 메카닉 같은 면을 꼼꼼히 챙기는 것이 버릇이 되어서인지.. 특기대원들의 복장과 무기들은 디자인에서 현실성까지 무척 완성도가 있었습니다. 도저히 상상조차 불허하는 광선총이나 우주제복과는 거리가 멉니다.
그에 이어지는 잔인한 총격신과 폭파신.. 역시 잘 만듭니다. 18세 이상 등급을 획득할 만한 내공을 보여줍니다.
아쉬운 점이라면 역시 내용의 끈기가 약하다는 거.. 글구 그에 비해서 너무나 많은 메타포어(?)를 집어 넣었다는 거.
즉, 빨간망토 이야기를 원용하여 만화영화를 꾸미다 보니까, "저렇게 까지 해야할 필요가 있을까?" 생각들 정도로 많은 유사성을 어색하게 설정합니다. 우선 영화의 흐름과 빨간 망토 이야기가 같이 흘러가는 것은 물론이요, 후세=늑대, 여 주인공=빨간망토 라는 공식하에서 많은 장치를 합니다.
후세를 납골당에서 첨 만났을 때도 여 주인공은 빨간 망토를 하고 있었지여. 후세가 친구인 헨미를 기다리고 있던 곳은 박물관의 늑대 박제 앞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장소는 나중에 여 주인공과의 만남의 장소로도 계속 나옵니다.
늑대의 사냥 장면을 연상시키는(제가 알기로는 늑대는 무리지어 사냥을 합니다..) 특기대원들의 반정부조직 추적장면.. 저벅이는 군화소리.. 그리고 더 확실하게 다가오는 어둠속의 붉은 눈빛. 마치 늑대의 어금니처럼 보이는, 탄띠에 꼽혀진 큰 황금색 탄환. 목숨을 확실하게 접수하는 먹이감에 대한 난자... 여주인공의 최후까지..
머, 만드는 사람은 그렇게까지 생각하지 않았다고 할 수 있지만, 적어도 제가 보기에는 불필요할 정도로.. 그래서 약간 지저분한 느낌이 날 정도로 많은 비유를 깔아서 역효과를 불러 일으키지 않았나 싶습니다.
아까 잠깐 언급하였던... 과거의 늑대 인간은 결국 늑대의 모습으로 은 탄환 같은 것을 맞고 죽습니다. 하지만 인간 늑대는 인간의 모습으로 무너져 가더군여. 평생 짐승으로 살 수 밖에 없고, 또 그것이 더 편한.. 인간성 상실과, 그 회복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릅니다만... 앞에 인랑에 대한 글을 남겨주신분처럼 뭐라 딱 꼬집어 말할 수 없는 그런 느낌입니다.
과연 인간 늑대에게도 희망이란 있는 것일까여.. 그에게 묻고 싶습니다. 당신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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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랑(1999, JIN-ROH: The Wolf Briga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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