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시절 뚱뚱한 외모와 소심한 성격으로 언제나 놀림감이었던 크리스(라이언 레이놀즈)는 고교 졸업 기념 파티에서 오랜 친구였던 제이미(에이미 스마트)에게 사랑을 고백했다가 "친구"라는 말로 거절당합니다. 도망치듯 고향을 떠나 LA로 간 그는 음반 제작자로 성공을 거두고, 살을 빼고 치아 교정을 하면서 외모에 있어서도 거듭 태어나죠. 그런데 어느날 여가수를 태우고 가던 비행기가 불시착하는 통에 홈타운 뉴저지로 10년만에 귀향하게 되고, 옛 친구들과 제이미를 다시 만나게 되면서 잊고 있던 감정들이 되살아나기 시작하는데...
[저스트 프렌드]는 감독인 로저 컴블의 전작 [피너츠송]만큼이나 고약한 코미디 영화입니다. 패럴리 형제의 영화가 사람들의 편견과 악의를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펼쳐 보인다면, 컴블의 영화는 이를 선의로 포장해서 못된 개그의 소재로 삼습니다. 놀려먹으려면 그냥 정치적 올바름 같은 건 제쳐놓고 대놓고 놀려먹으면 차라리 덜 얄미울텐데, 마치 약자와 우울한 영혼들의 편인 것처럼 행세하면서 뒤에서는 놀리기에 바쁘니까 질이 나쁘다는 거죠. [저스트 프렌드]는 그런 면에서 마치 영화 속 더스티(크리스 클라인) 같은 야비하고 이중적인 성격을 지닙니다. 아마 고교생 크리스처럼 자신의 외모에 대해 자신감이 없는 관객이 본다면 굉장히 불쾌할 거예요.
하지만 이 영화의 나쁜 점은 단지 뚱뚱한 사람의 외모를 놀려먹고 있다는 것만이 아닙니다. [저스트 프렌드]는 여성들의 관점에서 봤을 때도 상당히 불유쾌한, 그리고 불공정한 영화입니다. 뭐 노골적인 섹스 폭탄(sex bomb)에 싸이코로 그려지는 사만다(안나 패리스)야 코미디를 위한 캐릭터니까 그렇다고 치죠. 하지만 주인공인 제이미의 경우는 좀 지나쳐요. 영화에서 직접적으로 표현이 되지 않아서 그렇지, 제이미는 거의 다중인격에 가까울만큼 수 차례에 걸쳐 성격이 바뀌고 지위가 이동하는 일관성 없는 캐릭터입니다. 이는 순전히 제이미의 크리스에 대한 감정 변화를 합리화하고 미화하기 위한 수법일 뿐이죠.
따라서 이 영화를 (크리스의) 외모가 바뀌어도 본질은 그대로라는 플라토닉하고 지고지순한 사랑 이야기로 착각하면 곤란해요. 영화 속 제이미에게 있어 중요한 것은 크리스의 변하지 않는 동일한 본질이 아니라 달라진 "외모"이니까요. 크리스가 달라지지 않았다면 제이미가 그를 사랑하게 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변화입니다. 그리고 그녀는 영화 속에서 내숭과 속물과 악의적인 희망 고문기술자의 온갖 악역을 오가다가 결국에는 "날 잡아잡숴"하고 크리스의 침대에 기어듭니다. 다른말 필요없이, 제이미는 그냥 재수없는(잘못 만들어진) 여성 캐릭터일 뿐입니다. 각본을 쓴 [사랑보다 아름다운 유혹]에서도 느낀 거지만 로저 컴블은 어쩌면 이렇게 여성 주인공을 재수없게 만들어놓는 건지 모르겠어요. 제가 보기엔 그의 여성관이 그대로 반영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만.
그래도 코미디라도 재미있으면 용서가 될텐데, [저스트 프렌드]의 수많은 음탕한 농담들과 슬랩스틱은 그냥 나열되기만 할뿐 그다지 효과적이지는 않습니다. 불쌍한 안나 패리스가 고군분투하지만 하다못해 [무서운 영화 4(시리즈 중 가장 끔찍했던)]만큼도 웃기질 않은데 어쩌겠어요. 여기 나오는 농담들은 그냥 추잡하거나 야비하거나 편견으로 가득할 뿐입니다. 웃기지도 않은데다 놀려먹는 대상에 대한 예의까지 없으니, [저스트 프렌드]는 그야말로 구제불능이예요. 이런 영화랑은 그냥 친구도 하기 힘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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