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륭한 서커스 한 편을 보았다. 정말 아주아주 훌륭한. 사실 '예상보다 스토리가 괜찮았다'는 매우 객관적인 듯한 관객들의 평을 듣고 내심 기대를 많이 했다. 매우 재미있었다는 일부 극 심형래빠들의 말은 물론 믿지 않았지만 그들의 말은 그럴듯하게 들렸다. 괜찮다고? 괜찮긴 개뿔. 차라리 내가 시나리오 작가로 들어가는 편이 낫겠다. 영화 시작한 지 반도 채 안 되서 결말의 세부적인 사항까지 예상하게 만드는 뻔한 스토리(여의주 얘기 나올 때), 그리고 도저히 감당하기 어렵게 불쑥불쑥 뜬금없이 진행되는 전개. 대체 왜 러닝타임이 90분인지 모르겠다. 더 길었다면 좀 매끄럽게 진행될 가능성이 있었을텐데. 물론 심형래 감독이 쓰지 않는다면. 그리고 무슨 반지의 제왕 패러디도 아니고 '군단'은 또 뭐야? 군단을 만들려면 이무기와 좀 연관성이 있게 만들어야지 이놈의 군단은 뭐 반지의 제왕+300. 각 시퀀스 별로 보면 매우 훌륭하다. 그러나 이들의 만남은 된장에 초밥을 찍어 먹는 듯 어색하다. 즉 장면 하나하나에만 주의를 기울인 용가리에서 벗어나지 못한 유아용 영화일뿐이다. 음식으로 표현하자면 맛있는 초콜릿과 짭잘한 계란 후라이의 완벽한 조화랄까. 매우 유치하고 지루하고 단순하다. 괴수영화를 보며 내 심장박동이 한번도 빨라지지 않았던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왜 영화 끝나고 자화자찬을 늘어놓는 지도 의문이다. 용가리 dvd가 미국 대여점에 꽂혀있는 게 자랑스럽다고? 그 정도로 방대한 규모의 대여점이 있는 미국이 부러울뿐입니다. 왜? 미국에서 z급시나리오라는 말 듣고 한국관객한테도 혹평받을까봐 두려우셨나? 그래서 그런 식으로 동질감 느끼고 애국심 운운하며 z급 시나리오 무마시키시려고? 물론 여느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cg는 정말 훌륭하다. 분명 이 분야에 있어서 디워는 한국영화의 미래이다. 그러나 cg에 700억 투자 할 돈은 있으면서 시나리오 작가하나 고용하지 않았다는 게 너무 안타깝다. 게다가 종종 유머란답시고 하는 대사는 영화를 더 우울하게 만든다.
그리고 트랜스포머하고 자꾸 비교하시는 분들 많은데 트랜스포머도 평론가들한테 유치하고 단순하단 말 많이 들었다. 심지어 트랜스퐄머가 재미있다는 건 단지 착각일뿐이라는 말도 했다. 사람들이 거기에 반응을 안 보인거지. 도대체 왜 디워에만 울컥해서 반발하는지 모르겠다.
물론 이건 내 의견이고 내 리뷰다. 사람에 따라 느끼는 바는 분명 다를 수 있다. 어찌됐든 나는 내 의견으로 이렇게 말하고 싶다. "심형래 감독님, 영화란답시고 이제 그만 좀 웃기시죠." 몸으로 웃긴 영구의 개그는 이제 충분하다. 더 이상은 원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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