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꺼운 사전을 들고 다니면 한 단어를 찾기 위해 사전을 몇 쪽이나 이리 저리 넘겼던 시절이 있었다.
요즘은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그냥 자판으로 그 단어만 입력하면 순십간에 찾아준다.
심지어 연필같이 생긴 스캐너로 모르는 단어에 밑줄만 그으면 그 단어를 찾아준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주저리 주저리 온갖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빼곡히 적어가며 밤새 편지를 쓰고,
언제 도착할까? 행여나 편지봉투에 주소를 잘 못 적었는 것을 아닐까?
답장은 할까? 답장이 왜 이리 안오지? 하면서 온갖 상상을 다 했던 시절이 있었다.
특히나 좋아한다고 고백하는 편지 또박또박 써 내려간 편지의 답장을 받고 그 봉투를 열어볼 때의
그 짜릿한(?) 감성이 있었을 때도 있었다.
요즘은 email에 그것도 안 읽어본다고 email 보냈다는 sms에, 그것도 귀찮다고, 그냥 휴대전화
sms로 주고받는다.
이런 디지털과 아날로그 사이에 살고 있는 이들에게, 이 둘 모두가 생활의 한 부분 - 자신의 삶에 한 부분인 이들에게 이 영화는 꽤나 잔잔하게 다가갈 것이다.
모든 것이 '즉각적'으로 반응해야하는 시대에 이 감독은 '사랑은 그런게 아니야' 라고 우기는 것 같다.
그래서, 지루하다!
이 영화를 끝까지 보려면 꽤나 많은 인내심이 필요하다.
특히나 영화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그 시대적 배경을 공유할 수 없었던 시절을 살았던 이들에게는
아마도 고문일 것 같다.
"제들 왜 저리 살아, 그냥 문자 한 통 날리면 될 것을 가지고"
"짝사랑은 용기없는, 자기 자신에게 자신감 없는 사람들이나 하는 짓거리야, 내 좋으면 좋다고 하고, 설령 누가 옆에 있으면 어때, 날 선택하든 그를 선택하든 그건 자기 몫이지"
하는 이들에게 이 영화는 한심하고, 패배주의자들의 나르시즘일 뿐인 것 처럼 다가올지도 모르겠다.
장면 하나 하나 너무 예쁘다.
그 장면에 어울리지 않게, 내용은 너무 젊지 않다.
그러니, 외면 당할 수 밖에.
뭐, 이리저리 흠들을 꺼집어 내어보아도,
이 영화 특유의 색깔들을 흠집내지는 못할 것 같다.
오래간 만에 가슴이 아려오는 재미난 영화를 본 듯 하다.
가슴 저 현켠 - 영화 속 대사처럼 - 아주 오래된 추억 하나를 꺼집어 내어
그것으로 술 안주 할 만큼 충분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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